[무음의소리] 농인이 시력을 상실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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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백세시대가 되었다고 한다. 백 세까지 건강하게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백 세까지 지내다보면 여러 가지 질병을 겪게 된다. 필자는 정신과 의사로 지금까지 많은 환자를 보면서 정신과 환자도 나이가 들어 정신질환을 지닌 채 다른 질병으로 돌아가시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고 있다. 농인들 역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다른 질환으로 별세하는 경우를 최근 많이 접하게 된다. 농인들 중에는 나이가 들어가며 눈이 안 보이는 경우도 발생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3중장애가 되어 말하고 듣고 보는 것에 대해 장애를 가지게 된다. 듣지 못하는 것을 보는 것으로 보상하며 지내오던 농인이 시력을 상실하게 되면 청인이 실명하는 것과는 다른 상황이다. 청인이 앞을 못 보게 되면 힘들지만 그래도 말을 할 수 있고 들을 수 있어 의사소통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농인의 경우는 보이는 수어로 의사소통을 하다가 그만 시력이 약해지거나 실명하는 경우 수어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기가 어렵게 된다. 이러한 경우 그들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소위 촉수어로 소통을 하게 되는데 촉수어의 방법은 상대방의 손을 잡고 수어를 하여 상대방이 수어의 뜻을 알게 하는 수단으로 늘 수어를 써오던 농인은 쉽게 촉수어를 인지하게 된다.

움직임은 쉽게 알 수 있으나 손가락으로 나타내는 의미를 정확히 알게 하기 위해서는 이를 손에 접촉하여 느끼게 해 주어야 명확한 뜻이 전달된다. 예를 들면 1이라는 숫자는 검지를 펴서 보여주면 되었던 것을 농인이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이를 손바닥에 검지를 대어 주어 느끼게 해 주어야 1이라는 수를 인식할 수 있다. 시각을 잃은 농인에게 촉수어를 하는 것을 보면 손을 붙잡고 움직이듯이 계속 이야기를 하여야 한다. 이런 상태가 된 사람을 농맹인이라고 부르는데 아직 우리나라에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약 1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농맹인에게 통역을 하는 경우는 농인에게 통역하는 것과 달리 일대일로 해야 한다. 농인의 경우는 앞에서 한 사람만 통역해도 볼 수 있으나 농맹인의 경우는 직접 한 사람씩 손을 잡고 통역을 해 주어야 하기 때문에 통역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손을 붙잡고 통역하는 것은 힘도 많이 들어 본인이 그냥 혼자 하는 통역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농맹인을 사회에 나오게 하는데는 농맹인 통역인을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이 세계 10위의 경제국가로 성장했고 대형교회의 많은 수가 한국에 있는 상황인데 농인과 농맹인에 대한 선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교회와 매스컴은 얼마나 되는지 반문해 본다. 우리가 지금처럼 지낼 수 있는 것은 6∙25전쟁 때 이름도 모르는 나라를 위해 젊음을 불태우고 자유를 지켜준 미군을 비롯한 유엔군이 있었고 학교와 병원 고아원을 지어준 외국인과 단체가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농인의 수가 늘어가고 있는 이유 중에 하나는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청인들도 노년에 난청과 실청이 오는 경우가 많아 현재 청각장애로 등록된 인원은 37만 7천명에 이르고 있다. 다른 사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미래의 문제이다. 유대땅 뿐 아니라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라고 하신 예수님의 승천 전 말씀을 돌아보며 예수님은 누구에게 복음을 전하였는지 생각해본다. 우리 이웃을 돌아보며 기독인과 교회의 나아갈 바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안일남 장로
<영락농인교회· 사단법인 영롱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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