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제 어디로? 럭셔리한 교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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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뜨고 있는 책 중에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란 책이 있다. 평이하게 쓰인 듯하나, 고 이어령 선생님의 날카로운 삶에 대한 지적이 읽을거리이다. 그중 한 대목이다. 인터뷰자가 이어령 선생님께 묻는다. “선생님, 럭셔리한 삶이 뭘까요?” “럭셔리한 삶, 나는 소유로 럭셔리를 판단하지 않아. 가장 부유한 삶은 이야기가 있는 삶이라네. ‘스토리텔링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그 사람의 럭셔리지. 똑같은 시간을 살아도 이야깃거리가 없는 사람은 산 게 아니야.” 

흔히 우리는 속기 쉽다. 남들보다 많이 벌고 남들보다 높은 지위에, 좋은 명성을 듣는 사람이라면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부러워한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따져보면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으리라. 많은 재물을 소유했더라도 그 마음이 평안하지 않다면, 자신이 목표로 한 성공의 자리에 올랐는데 허무를 느낀다면, 예수님을 찾아온 부자 청년처럼 이제 내가 무슨 선한 일을 하여야 영생을 얻으리이까, 묻는 신세가 되지 않을까? 

며칠 전 선배 목사님과 대화 중에, 과거에는 배고픔에 교회를 찾고, 낯선 도시에서의 삶에 의지하기 위해 교회를 찾고, 모르는 것을 배우기 위해 교회에 나왔는데 이제 높은 교육을 받고 경제 수준이 높아지고, 교회보다 더 재미있는 놀이가 많은 현대인에게 교회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 이야기하다가, 그래도 현대인들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죽음의 문제 앞에서는 교회를 찾지 않을까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 부자 청년이 어떻게 해야 영생을 얻을 수 있는지 묻는 것처럼 말이다. 그때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대답, 예수님이 말씀하신다. “네 소유를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라. 그리하면 하늘에서 보화가 네게 있으리라 그리고 와서 나를 따르라”(마 19:21) 그러자 부자 청년은 자신에게 재물이 많은 고로 근심하고 돌아갔다고 성경은 이야기한다. 이처럼 재물은 우리의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이지만, 필요 이상의 재물은 우리를 근심하게 한다. 

코로나 이후에 교회는 포스트코로나를 준비하며 분주하다. 우선 오후 예배를 부활시킬 것인지 어떤 형태로 할 것인지 나아가 식탁의 교제를 어떻게 부활시킬 것인지 여러 가지로 궁리가 많은 시절이다. 줌과 유튜브 예배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다시 대면 현장 예배를 강조하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강조하는 것이 무엇인가? 한 단어로 말하자면 ‘사랑’ 아닌가? 다시 사랑을 이야기하자, 사랑을 노래하자. 식상한 것 같지만 여전히 우리는 사랑에 목말라 있고 사랑이면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사랑은 말과 구호에서 그치면 안 되고, 진솔한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 

필자가 일하는 한국기독교사회발전협회는 그렇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이 땅에 펼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고 만나고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일을 해왔다. 1986년 설립되어 국내의 어려운 교회와 단체를 돕고, 1997년부터는 아시아, 저개발 국가의 빈곤퇴치 극복을 위해 베트남에 암소 보내기 운동을 비롯하여, 동티모르, 필리핀 등을 지원했고, 평양 사동에 있는 콩우유 공장에서 굶주린 북한의 아이들 1,000명에게 최소 하루 콩우유 한 잔(125g)을 급식하는데 그 재료가 되는 콩과 설탕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프랑스의 민간구호재단인 SPF와 함께 북한 어린이에게 두유를 공급하는 일을 했다. 그리고 올해에는 지난해 군부정권에 의해 탄압당하고, 절대적 빈곤으로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미얀마 빈민 가정의 자활을 위해 성금을 모금 중이다. 그들에게는 현재 긴급 구호식량이 필요하고, 부상당하고 아픈 이들을 위한 의료지원과 옥에 갇힌 사람들을 위한 법적인 자문과 지원이 필요하고, 공교육에서 소외되고 있는 어린이들의 교육을 위해 노트북이 필요하고, 다시 재기를 꿈꾸며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청장년들의 직업교육 등을 위한 지원이 절실한 상태이다. 지금 언론의 향방이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에게 쏠려 있지만, 여전히 미얀마의 형제자매들도 우리의 도움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삶이 럭셔리하길 바라는 만큼, 어려운 이웃을 사랑함으로 그 이야깃거리로 풍성한 럭셔리한 교회가 되어보자. 그것이 코로나 이후 교회가 가야 할 길이다. 

김혜숙 목사

<한국기독교사회발전협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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