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의 종소리] 미국의 ‘낙태’ 논쟁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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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4일 미 연방대법원이 1973년부터 49년간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했던 판결을 폐기해 50개 주정부가 독자적으로 낙태권 존폐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텍사스, 루이지애나주 등 공화당 지지층이 많은 보수 성향 주는 환영했다. 뉴욕, 캘리포니아주 등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있는 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낙태에 대한 찬반 논란이 미 문화 전쟁(culture-war)의 불길로 치솟아 미국 사회의 분열로 가속화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대법원의 판결 직후 미주리, 아칸소, 오클라호마주 등 9개 주가 즉각 주법으로 낙태를 금지했으며, 텍사스, 애리조나주 등 12개 주는 곧 금지 조치를 도입할 예정이고 인디애나, 노스캐롤라이나주 등 9개 주 역시 금지 조치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어 미 50개 주 중 30개 주에서 사실상 낙태가 사라질 가능성이 생겼다고 한다. 

이로 인한 대규모 반발 집회와 정치적 갈등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수십 년간 낙태를 성인의 자기 결정권으로 당연하다고 여기며 대규모 낙태시술 기관까지 합법적인 사업으로 운영되던 미국 사회가 철퇴를 맞은 상황이다. 미국의 영향력 있는 지도자 릭 워렌 목사는 “태어나지 않은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고맙다고 말한다!”고 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공화당)은 “생명을 위한 거대한 승리이며, 수백만 명의 무고한 아기의 생명을 구할 것이다. 이 결정은 미국이 지금까지 목도한 것 중 가장 지독한 헌법 및 법적 판례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6,300만 미국 아기의 죽음을 초래한 결정을 뒤집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은 “대법원의 결정은 여성의 생식 건강과 관련된 결정권을 박탈하려는 공화당의 어둡고 극단적인 목표”라고 했다. 미셸 오바마 전 대통령 부인은 “오늘 가슴이 아프다. 내 몸에 대해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릴 기본적 권리를 잃은 이 나라 사람들로 인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렇게 극명하게 대치되는 입장이 미국 전역에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방 대법관들은 이러한 분열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결정한 것일까? 당연히 아닐 것이다. 이러한 극심한 분열과 대립을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은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체성을 지키고 잘못된 흐름을 지키려는 단호한 용기를 가진 대법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단지 공화당 지지자였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윤리와 문화를 이제라도 돌이키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한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상영된 ‘언플랜드’라는 영화는 합법화된 낙태시술기관에 대항해  기도하며 연합한 그리스도인들의 노력으로 낙태하려는 이들의 발걸음을 되돌리고 한 기관이 폐쇄되게 하는 실화를 담고 있다. 태아의 생명을 놓고 생명을 어떻게든 지키려는 이들과 어떻게 하든 성인의 결정권에 자유롭게 맡기자는 이들의 대립은 분명 영적 전쟁의 모습이다. 

앞으로 이러한 전쟁은 더욱 극심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대한민국은 헌법재판소의 낙태금지법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 낙태에 관한 입법 공백 상태이다. 대한민국이 미국처럼 수십 년의 과오를 되돌리는 아픔을 겪지 않으려면 입법과정에 한국교회의 그리스도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어찌하든지 생명을 지키는 방향으로 입법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는 어떤 제도의 찬성 혹은 반대라는 피상적인 입장 이전에 생명에 대한 성경적인 가치관 정립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생명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 정립은 오직 교회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미국의 낙태 논쟁을 중요한 교훈으로 삼고 더욱 생명 존중의 문화로 바꾸어 가도록 대한민국 사회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 

이재훈 목사

<온누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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