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절대 잊을 수 없는 여행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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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여행 ~ 하와이

LA를 떠나 하와이로 향했다. 하와이에 큰아들이 호텔을 잡아주어 며칠을 묵으면서, 주머니 사정상 관광은 하루만 하기로 했다. 국립사적지인 진주만 기념관을 방문하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우리가 진주만 기념관을 방문했던 날은 12월 7일이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날은 우리나라의 현충일과 같은 날이었다. 역사적인 사건을 추모하기 위한 영화관으로 들어서면서 우리 부부는 음료수를 사들고 들어가서 마시고 있었는데 안내 방송 같은 것이 계속 나와서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하고 있을 즈음에, 어떤 미국인이 우리에게 손짓하며 당신들 때문에 방송을 하는 것이라고 음료수를 버리고 들어오라고 했다. 음료수를 가지고 들어오지 말라는 표시판을 미처 보지 못한 것이다. 얼마나 창피하던지.

관람 소개영화가 끝나고 천장이 없는 큰 배를 탔는데 자리에 앉아 얼마를 가다가 남편이 내 사진을 찍어 주기 위해 앞으로 나가 서서 막 찍으려는 찰나 인솔하는 사람이 와서는 배에서는 일어서면 위험하다고 앉으라고 했다. 정말 연거푸 왜 이러는 것일까. 두 번째 망신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배에서 내려 올라가 보니 추모일인지라 방문객들이 꽃을 헌화하기도 하며 복장은 흰색이나 검은색으로 갖추어 입고 있었는데, 유독 우리 부부만 울긋불긋한 남방셔츠에 나는 반바지 남편은 청바지 차림이었다. 하필 그날따라 왜 그런 복장으로 갔는지.

그렇게 세 번째 망신을 당하고 있는데 그때, 이번에는 남편이 육사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때 육사교장으로 계셨던 분의 사모님을 만났다. 그분도 점잖은 흰색 옷을 입으셨었다. 얼마나 당황스럽고 부끄럽던지, 이게 꿈이기를 얼마나 바랐었는지 모른다.

이렇게 네 번의 망신을 겪고 나서 호텔로 돌아와 며칠을 묵은 뒤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짐을 꾸려 공항에 도착했다. 짐을 부치려고 하던 중 남편은 바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며 당황해했다. 호텔 키였다. 남편은 호텔 키를 가져왔다며, 빨리 가져다주고 올 테니 기다리고 있으라고 하며 급히 서둘러 호텔로 가려고 했다.

나는 남편에게 비행기 시간이 촉박하니 호텔 키를 경찰이나 공항 직원에게 부탁해 보라고 해도 그 고집을 말릴 수가 없었다. 기어코 버스를 타고 호텔로 가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며 얼마나 답답해 보였던지…

짐을 지키며 기다리는 시간 내내 속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공항 직원이 이제 문을 닫는다고 하며 출입문을 닫는데 남편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직원이 도와주어 가까스로 짐을 부치고, 우리가 비행기에 탑승하자마자 비행기 문이 닫혔다.

아, 악몽같은 순간들! 우리 부부의 첫 미국여행은 이렇게 수난의 연속이었다. 드라마도 이런 드라마가 있을까? 지나고 나니 웃음만 나오지만, 정말 절대로 잊지 못할,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진한 추억이다.

함명숙 권사

<남가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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