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지혜] 항우와 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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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는 명문 귀족의 가문에서 출생하였고, 기골이 장대하여 누가 보아도 장군의 위용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서예를 배우고 무술을 연마하였으며, 진시황의 자리를 차지하고 싶다는 야심을 불태울 만큼 인생의 뚜렷한 비전을 가지고 살았다. 그는 삼국지의 조조처럼 병법에 능했고 무예의 기량도 최고 수준이었다.

그에 비하면 유방은 시골 출신이요 천박한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는 젊은 시절 대업의 꿈을 가지지 않았고, 술과 여자에 묻혀서 소일하였다. 그는 나이 30이 될 때까지 스스로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평범한 인물이었다. 유방은 최전방에 나가 싸울만한 무예의 실력도 없었다. 그의 병법도 항우에 비하여 뛰어나지 않았다. 

유방은 어느 모로 보나 항우의 적수가 되지 못하였다. 그런데 그가 어떻게 항우를 물리치고 천하를 통일하여 한나라를 개국할 수가 있었을까? 패자인 항우와 승자인 유방 사이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바로 교만과 겸손이다. 

유방은 항우에 비하여 자신이 부족함을 스스로 인정하였다. 항우와는 1대1로 싸워 도저히 승산이 없음을 알았다. 그러기에 그는 스스로 나서지 않고 적재적소에 인물을 기용하고,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믿어주었다. 유방을 도운 사람 중 중요 인물은 한신(韓信)과 장량(張良)과 소하(蕭何)가 있다. 한신은 유방을 대신하여 최전방의 야전 장수로 활약하였다. 장량은 지략가로서 전쟁의 작전과 모략을 제시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소하는 병참의 임무를 맡아 전쟁 물자를 공급하고 관리하여 전쟁 수행을 원활하게 하였다. 

거기에 비하면 항우는 너무 잘난 탓에 인재를 알아보지 못했고, 용병술에서 실패하였다. 그보다 기량이 뛰어난 장수가 그의 눈에 보이지 않았고, 그가 경청할 만한 병법가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한신은 본래 그의 휘하 장수였으나 그의 오만함에 등을 돌렸다. 그의 유일한 책사 범증(范增)의 모략도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민심은 항우의 오만함에 등을 돌렸고, 인재들이 떠나가면서 그의 아성은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힘을 가진 자가 오만해질 때 민심은 떠나게 되고, 일시적인 승리는 결국 패배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오늘날도 너무 잘나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남의 말을 경청하지 않고 항우의 전철을 밟는 사람들이 역사의 줄을 잇고 있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강남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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