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이슈] 달란트대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 사람들 (338) 알브레히트 뒤러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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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미술사 최초의 실물크기 누드화 ‘아담과 이브’

콘트라포스토 적용해 고전미술의 계승자 드러냄

‘독일에서 최초의 여성 누드 실물을 사생한 화가’인 뒤러가 두 번째 이탈리아 유학 무렵에 관심을 가졌던 완벽한 인체는 이상적 비례였다. 그는 고대의 조각상과 비트루비우스의 <건축10서>, 고대의 문헌을 연구하고 사람들을 실제로 측정하여 보편타당한 비례의 법칙을 만들었다. 뒤러가 많은 습작과 연구 끝에 만들어낸 이상적인 인간이 ‘독일 미술사 최초의 실물크기 누드화’ <아담과 이브>이다. 

여기 남자는 사과를 들고 있고, 나무에서는 뱀이 사과를 건네고 있다. 아담은 적당한 몸의 비율에, 곱슬한 금발머리, 적당히 잔 근육이 보이는 아름다운 몸매, 누가 봐도 미남이다. 이브는 창백하고 도자기 같은 피부에 긴 머리칼, 붉은 입술을 가졌다. 그런데 보기에 좀 어색한 부분이 목과 어깨다. 목이 너무 길고 어깨가 처져서 승모근(僧帽筋)이 커 보인다. 이렇게 생긴 목과 어깨, 창백한 피부, 작고 붉은 입술, 넓은 이마가 북유럽인들의 미인조건이었다. 

이브 옆 나뭇가지에 작은 명판은 “알브레히트 뒤러가 1507년에 완성했다.” 이 시기 뒤러처럼 아름답고 해부학적으로 인체를 그리는 화가는 드물었다. 뒤러는 이탈리아에서 배운 르네상스의 이상적인 아름다움과 해부학적으로 정확한 인체를 표현했다. 아담과 이브가 모두 한 발에 체중을 싣고 다른 발의 뒤꿈치를 약간 든 상태다. 머릿결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어서 마치 앞으로 막 나아가려는 것 같다. 체중을 한 발에만 실으면 한쪽 무릎이 구부러지고 골반도 삐딱해지며 상체도 살짝 비틀리게 된다. 이 자세를 ‘콘트라포스토(Contraposto)’라고 한다. 똑바른 차렷보다는 약간 삐딱한 이 콘트라포스토 자세가 인체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기에 적당하다고 하여 화가들이 많이 채택했다. 게다가 차렷보다 훨씬 자연스러워 보인다. 

고대 그리스. 로마인들은 누드가 인체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누드 조각상들이 많이 남아 있다. 르네상스의 사람들은 근육질의 몸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뒤러는 아담과 이브를 그리면서 가장 아름다운 남자와 여자를 그린 것이다. 

이 작품은 뒤러가 그린 최초의 대형 누드화이다. 당시 독일에서는 나체 여자 모델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이 그림도 실제 모델이 아니라 그가 생각했던 가장 이상적인 인체를 상상해서 그린 것이었다. 특히 여기에는 뒤러가 이탈리아에서 배운 것이 반영되어 풍부하고 아름다운 색채와 형태가 나타났다. 이브는 악마의 유혹에 빠져 선악과를 땄고, 아담은 이브의 유혹으로 선악과를 받아들었다. 이브의 머리카락이 아담 쪽으로 날리고, 아담은 죄지은 자로서 빛이 비치는 반대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뒤러는 두 인물에 콘트라포스토를 적용함으로서 고전미술의 충실한 계승자임을 드러냈다. 

누드화가 금기였던 르네상스 시대에 ‘신앙심’의 명분으로 누드화를 그릴 수 있는 대상을 찾았고, 성경인물에서 옷을 입을 수 없는, 가장 완벽한 존재가 아담과 이브였기 때문에 누드화를 그릴 수 있었다. 선악과를 입에 물고 있는 뱀 형상을 한 악마의 모습과 이브가 손대고 있는 나뭇가지에 뒤러의 작품임을 알려주는 서명이 있다.

이승하 목사<해방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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