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사랑하는 자녀들의 편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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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딸의 영상편지(생일날에 미국에 사는 큰딸의 영상 편지)

여든 여덟… 이제 엄마의 나이라는 게 전 믿어지지 않네요. 한 번도 흐트러짐을 볼 수 없었던 엄마의 모습은 저에겐 늘 소녀처럼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생각하게 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께서 엄마에게 지어주신 ‘청아’란 이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7남매 중 맏딸로, 약한 체질을 타고났음에도 정말 씩씩하게 잘 견뎌오신 고된 시간들! 

어린 며느리 시절, 시아버님께 용기 내어 부탁드린 피아노를 선물 받아 잠도 못 이루셨던 어머니는 결국 피아노 레슨으로 자녀들 뒷바라지를 하셨고, 어려운 시간들을 이겨내셨지요.

어렵고 힘든 시절임에도 큰 오빠의 따뜻한 도시락을 품고 학교까지 버스 타고 배달을 가셨던 엄마. 그리고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 한 푼이 아쉬운 그때 매달 회비를 내야 하는 <한국소년소녀합창단> 단원이 되겠다고 밥도 안 먹고 떼를 썼을 때, 엄마 맘이 어떠셨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작은 오빠에겐 바이올린 레슨을, 영은이에게 첼로 그리고 미술 공부를 뒷바라지하셨던 엄마의 애틋하고도 굳센 사랑!! 정말 우리들의 ‘장한 어머니’십니다.

죽음의 고비를 몇 번씩 넘으시면서도 무릎으로 남편을 위해 자녀를 위해 눈물 쏟아 기도하신 흔적들이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통해 빛을 발하고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네요.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하루를 눈을 뜰 때마다 울 엄마 눈물의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의 응답을 느끼게 되니까요.

엄마가 좋아하시는 도라지꽃의 꽃말은 ‘변하지 않는 영원한 사랑’, ‘성실’, ‘순수함’ 이래요~ 꼭 엄마를 닮은 꽃말이네요. 엄마처럼 살고 싶어요!!

하나님의 자녀로 명예를 지키며 열심히, 부지런히 또 베푸는데 인색하지 않고 소녀처럼 그렇게 살고 싶어요. 엄마의 딸이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생신 축하드려요~~

엄마를 닮고 싶은 딸, 영미 드림

막내딸의 글

나는 오늘도 엄마의 둥지에서 잠이 든다. 나의 어린 시절 엄마는 언제나 포근한 둥지였다. 

지금의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의 시절 엄마에겐 인생의 소용돌이가 제법 심하게 몰아쳐 온갖 시련들을 용케 버텨내고 계셨다. 그 소용돌이의 가장자리에 선 나 역시 힘든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착하기만 하시던 아버지는 다른 사람들의 고난을 본인 일보다 더 열심히 해결해 주시는 분이셔서 의도치 않았던 그분들의 빚은 고스란히 아버지에게 짐이 되었고 월급은 이잣돈으로 다 반납하셔야 했던 그 시절 밤늦게까지 레슨을 하며 한 푼이라도 생활비를 보태려 이리저리 돌아다니시는 엄마를 온종일 기다리는 나는 고작 7살이었다.

집에서 일을 봐주던 그 당시 식모로 호칭되던 처녀 언니는 별로 인성이 좋지 않아 막내였던 나를 아무도 없으면 집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고 혼자 즐겁게 지냈다. 어린 나에겐 엄마의 빈자리는 커져만 갔고 둥지 잃은 달걀마냥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온기를 잃어갔었다.

함명숙 권사

<남가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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