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오늘날 교회 상담사역의 새로운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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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민국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에 열광했다. 이 드라마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여인이 명문 법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법정에서 멋진 변론을 펼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영우 역 배우의 연기력과 주제의 독특함으로 인해 방송 초반 상당한 인기를 모았는데, 우영우로 인해 대한민국 많은 사람들은 자폐스펙트럼 장애라는 정신병리 용어에 이전보다 친숙해졌다. 우영우가 한국 사회를 이전보다 정신 건강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해준 것이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는 쉽게 말해 사회활동, 상호작용, 의사소통을 어렵게 하는 마음의 병이다. 대부분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은 대인 관계가 어렵지만, 모든 활동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어서 제한적으로 활동하는데, 이 활동을 반복하는 경향이 생긴다. 이 때문에 부적응적인 문제를 일으키지만, 우영우는 장애의 특징을 장점으로 극대화시킨 경우이다. 우영우는 우리에게 자폐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환상도 주었는데,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이 평범한 사람을 뛰어넘는 능력으로 기능하는 것은 극히 드문 사례이기 때문이다. 실제 자폐스펙트럼 장애인 본인의 고통은 말할 필요도 없고, 장애인 가족의 이야기에 따르면 장애인으로 인해 다른 가족들이 겪는 고통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러나 교회 상담사역자는 어떤 상황, 어떤 내담자도 긍정의 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아픔을 나쁨으로 보는 흔한 시각에서 벗어나, 절망하는 사람에게 희망을 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상담사역자는 하나님 긍정의 눈을 가져야 한다. 대부분은 자신감이 많지 않고 집중력이 부족하게 마련인데, 상황에 맞지 않는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부모들은 집중력이 부족한 자녀를 어리석다, 게으르다, 한심하다, 문제아다 등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부모의 이런 지적은 자녀의 자아정체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염려스러운 점은 집중력이 부족한 자녀 스스로 자신을 문제아로 낙인찍기 시작하면, 상황은 더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집중력 부족을 고민하는 사람은 내면으로부터 자신을 비판하는 부정적인 소리를 듣는데, 내면의 부정적인 소리를 변화시키는 것이 상담사역의 목표 가운데 하나이다. 

근래 사람의 내면을 단일 체계가 아닌 복잡 체계로 설명하는 상담 방법론이 주목받고 있는데, 이 접근은 내면의 부정적인 소리를 변화시키는데 상당히 효과적이다. 우리 내면에 여러 파트가 존재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시스템을 구성하는데, 이 모든 파트와 시스템을 조율하는 셀프가 우리의 중심이자 본질이다. 이 이론은 모든 파트가 우리를 향한 긍정적인 동기를 가지고 있다고 전제한다. 내 안에 여러 파트가 있고, 이들이 실제로 내게 도움을 주지 못할 수도 있지만, 동기만큼은 긍정적이다. 모든 파트는 나를 돕기 위한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다만 의도만큼 도움을 주지 못하거나, 원하는 결과를 맺지 못할 뿐이다. 이 새로운 이해는 상담사역자로 하여금 자신과 다른 사람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이 전제로 집중력 부족을 이해하면, 내가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결함이 아니다. 내가 집중하지 못하는 까닭은 선한 의도를 가진 내 안의 파트 중 하나가 오작동한 결과이다. 나는 어리석고 게으르기 때문이 아니라, 파트 중 하나가 어떤 이유로 인해 내가 위험에 처했다고 느끼고 내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으로 나를 도우려 하기 때문에 집중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그 파트는 내가 과거 너무 아팠거나, 곤란했던 경험을 다시 떠올릴까봐 지나치게 염려하며, 그것이 반복되지 않게 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물론 이 작업으로 인해 나는 또 다른 곤란을 겪을 수 있지만, 그 파트는 나를 향한 일편단심으로 내가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들어 내 내면을 지켜주려 한다. 이 파트의 전략이 적절한지 여부는 상황마다 다르지만, 내가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한 것은 내 파트가 나를 위험과 고통으로부터 지켜주려고 애쓴 결과일 수 있다. 우리는 이 파트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통하고 친밀해질 때 역기능을 바로잡을 수 있다. 이런 시각 전환이 우리 내면을 하나님의 눈으로 보는 상담사역자의 자세이며, 치유의 출발점이 된다. 교회 안 상담사역자가 마음에 아픔을 가진 사람을 치유하고 상담 사역을 발전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이며, 하나님의 치유의 관점을 회복하는 길이다.

노항규 교수

<한일장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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