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이야기] 노년은 석양이 지는 아름다운 태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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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시인이자 정치가, 소설가였던 빅토르 위고는 그의 명작 『레미제라블』에서 “주름살과 더불어 품위를 갖추면 경애를 받는다. 행복한 노년에는 말할 수 없는 빛이 있다”고 했다. 나는 빅토르 위고의 이 말을 전적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성경도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라고 한다. 늙은 원숭이는 덫에 걸리지 않는다. 사냥할 때는 늙은 개가 제일이다. 우리나라의 속담에도 늙은 말이 길을 안다는 말이 있다. 늙음은 쇠퇴가 아니라 원숙함이며 경륜이다.

노년이 아름다운 것이 참 행복한 인생이다. 그러나 아름답게 늙는다는 것은 쉽고도 어렵다. 행복한 노년의 인생은 예술품이다. 노년에도 눈에는 자비가 빛나고, 입술에는 미소가 서리고, 얼굴에는 인자함과 지혜가 넘치고, 인격에는 향기가 넘치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존경이 우러나온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은 노년이 되면 볼품도 없고 추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기력이 약해지는 것이 인생 노년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가리켜서 ‘노추’라고 한다. 그래서 한때는 우스갯소리로 “어릴 때는 철이 없고, 젊을 때는 시간이 없고, 늙어서는 형편이 없다”라고도 했다. 늙어서 약한 것이 ‘노약’이고, 늙어서 힘이 없는 것이 ‘노쇠’이고, 늙어서 망령이 든 것이 ‘노망’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노년이 되면 이와 같은 어둡고 슬픈 그림자가 드리운다.

노추와 반대로 늙어서 더 풍성해지는 것이 ‘노성’이고, 늙어서 무르익는 것이 ‘노련’이고, 늙어서 기운이 더 팔팔한 것이 ‘노익장’이다. 이것이 밝고 바람직한 덕 있는 노년의 모습이다. 프랑스의 소설가 앙드레 지드는 “아름답게 죽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아름답게 나이를 먹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라고 했다. 사실 아름답게 늙어가는 것은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마에 늘어나는 주름살과 더불어 지혜는 깊어지고 위엄은 더해 가고 인격은 풍성해지며 표정은 인자해지는 원숙한 노인이 가장 바람직한 노인상(老人像)이다. 그것은 빅토르 위고의 말처럼 말할 수 없는 인생의 아름다움이다. 모든 노인들이 그런 아름다운 자태를 잘 유지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나이 들었다는 것에는 네 가지 좋은 점이 있다고 했다. “오래 된 나무는 불태우기가 좋고, 묵은 술은 마시기 좋으며, 오래 사귄 친구는 믿을 수 있어 좋다. 그리고 나이 먹어 쓴 저자의 책은 읽기가 좋다”는 것이다. 노년의 장점과 아름다움을 잘 살려 생기가 넘치는 노년을 장식하는 멋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생명이 다해서 하늘나라에 갈 때에도 멋있게 인생을 장식하는 노인이야말로 행복한 사람이다.

감리교 어느 유명한 목사님의 일화가 있다. 목사님 부부가 함께 기쁘게 점심을 나눴는데 목사님께서 사모님께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해야겠다고 하시고는 옷을 차려입으시고 방에 들어가셨다. 얼마 후에 방에 인기척이 없어 사모님이 방에 들어가 보니 목사님께서 단정하게 정장을 차려입으신 채로 하늘나라로 가신 것을 발견했다.

내가 잘 아는 목사님의 장인어른께서는 주일예배를 드리고 가족들과 함께 팥죽을 잡수시겠다고 하셔서 팥죽을 맛있게 드시고서는 방에 들어가셔서 고요히 하늘나라로 가셨다고 한다. 이렇게 지는 해가 붉고 아름다운 광채를 온 세상에 비치며 산 너머로 자취를 감추듯, 아름다운 빛을 남기고 고요히 하늘나라로 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이러한 모습이 바로 ‘석양이 지는 아름다운 태양’ 같은 노년, 빅토르 위고가 강조한 내용이다.

최근에 중년 남성들 사이에 젊어지기 붐이 일어나고 있다. 노화 방지 클리닉에서 유행 중인 ‘보톡스’ 요법으로 얼굴 근육 일부에 주사를 놓아 근육을 당겨 주는 시술을 하고, 호르몬 주사로 기억력을 회복한다고 한다. 첨담 의학기술을 빌려 나이를 되돌리려는 ‘안티 에이징’(Anti Aging) 클리닉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젊을 때는 외모가 인기를 좌우하는 중요한 조건일 수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외모보다 내면이 충실하고 풍부한 생의 경험과 경륜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성경은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고후 4:16)라고 한다. 내면이 새롭고 중후한 인품을 풍기는 노년의 아름다움은 청청한 외모와 발랄한 활기를 가진 청년의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화려하다. 석양이 지는 아름다운 태양을 보라. 눈부시게 화려한 태양은 온 천지를 찬란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노년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아름다운 힘을 가지고 있다.

김선태 목사

<실로암안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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