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연구] 신명기의 약자보호법과 이방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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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의 책들 중에서 신명기는 사회적 경제적 약자들을 보호하는 인도주의적 성격이 가장 강한 책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신명기를 약자 보호의 전범(典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신명기 안으로 몇 걸음 들어가 보면, 또 다른 면이 있어 우리를 놀라게 한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본다. 먼저 신명기의 ‘이자금지법’을 보자. “네가 형제에게 꾸어주거든 이자를 받지 말지니, 곧 돈의 이자, 식물의 이자, 이자를 낼 만한 모든 것의 이자를 받지 말 것이라.” (신 23:19) 그러나 곧 이어지는 말씀은 우리를 놀라게 한다. “타국인에게 네가 꾸어주면 이자를 받아도 되거니와, 네 형제에게 꾸어주거든 이자를 받지 말라.” (23:20) 이 말씀에서 ‘네 형제’와 ‘타국인’이 구별되어 있다. 구약에서 ‘네 형제’(your brother)라는 말은 ‘이스라엘 동족, 이스라엘 백성’을 의미한다. ‘타국인’은 글자 그대로 이스라엘 사람들이 아닌 외국인, 이방인을 뜻한다. 신명기는 ‘네 형제’ 곧 이스라엘 동족에게는 이자를 받아서는 안 되지만, 타국인 곧 이방인들에게는 이자를 받아도 좋다는 말씀이다. 신명기의 이자금지법은 이스라엘 사람들 사이에서만 적용되는 규정이다.

 다음, ‘면제년’의 규정을 보자. “매 7년 끝에는 면제하라… 그의 이웃에게 꾸어준 모든 채주는 그것을 면제하고, 그의 이웃에게나 그 형제에게 독촉하지 말지니….” (신 15:1-2) 구약의 유토피아법이라고 하는 ‘면제년’ 법이다. 매 7년 면제년이 돌아오면, 채권자는 채무자가 갚지 못한 빚을 모두 탕감해주라는 법이다. 그러나 그다음에 이어지는 말씀은 다시 우리를 놀라게 한다. “이방인에게는 네가 독촉하려니와 네 형제에게 꾸어준 것은 네 손에서 면제하라.” (15:3) 이 말씀에서도 ‘네 형제, 이웃’과 ‘이방인’이 구분되어있다. 면제년 제도는 이스라엘 사람들 사이에서만 적용되는 규정이었고, 이방인에게는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종의 해방에 관한 규정을 보자. “네 동족(히브리 원문은 ‘네 형제’) 히브리 남자나 히브리 여자가 네게 (종으로) 팔렸다 하자. 만일 6년 동안 너를 섬겼거든 일곱째 해에 너는 그를 놓아 자유롭게 할 것이요…” (신 15:12) 6년 동안 종노릇한 종을 7년째에는 종의 신분에서 벗어나게 하는 인도주의적 법이다. 이 종의 해방규정은 모든 종들에게 적용되는 것인가? 아니다. 적용되는 대상이 분명히 명기되어 있다. ‘네 동족’(=‘네 형제’) 히브리 남자나 여자이다. ‘네 동족’이 아닌 이방인 종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경제적 약자에게 ‘네 손을 펴라’는 신명기 말씀도, 이스라엘 백성, 동족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었다. “땅에는 언제든지 가난한 자가 그치지 아니하겠으므로… 너는 반드시 네 땅 안에 네 형제 중 곤란한 자와 궁핍한 자에게 네 손을 펼지니라.” (15:11) 손을 펴서 도와주어야 할 대상이 누구인가? ‘네 땅 안에 살고 있는 네 형제’ 중에 경제적으로 궁핍한 자들이다.

 이상의 예들은 무엇을 말하는가? 신명기의 약자보호법이나 인도주의 규정들은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법이 아니다. 이스라엘 공동체 만의 행동규범인 것이다. 여기서 구약 신학의 핵심적으로 중요한 문제, 즉 ‘이스라엘 중심주의’와 ‘만민주의’의 문제가 제기된다.

박준서 교수

<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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