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연구] 구약성경 안의 신학적 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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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안에는 창세기로부터 말라기까지에 걸쳐 두 가지 큰 신학적 주류가 거대한 양대산맥처럼 길게 뻗어있다. 첫째는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께서 지상 만민 중에서 특별히 택하신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것이다. 이는 이스라엘 중심주의, 이스라엘 우월주의, 이스라엘 선민주의 등 다양한 용어로 표현된다. 이스라엘이 특별한 민족이라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양태로 나타난다.

①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여호와(=야웨) 한 분 하나님만을 믿고 섬기는 신앙 안에서 개인적 윤리나 사회 윤리에 있어서 고도의 윤리적인 거룩한 삶을 살아야 한다. 또한, 이스라엘 공동체는 사랑의 정의가 넘치는 신앙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이스라엘은 ‘선민’이요 ‘성민’으로서 하나님께서 주신 삶의 규범, 즉 율법(토라)을  지키며 성민답게, 선민답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② 그러나 이스라엘의 선민주의, 우월주의는 이스라엘 백성이 아닌 ‘이방인’(Gentiles)에 대한 차별주의, 배타주의로 표출되기도 한다. 신명기가 이에 대표적인 책이다. 예를 들어, 이자 금지법이나 면제년 제도, 종의 해방 제도, 가난한 형제에게 손을 펴주라는 구제법 같은 인도주의 법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에만 적용되는 것이었고, ‘이방인’들에게는 적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신명기의 이방인 차별주의는 극단적으로 특정 민족 배타주의로까지 나타난다. 이스라엘 백성은 암몬 족속이나 모압 족속과는 영원히 상종하지 말고 배제하라는 규정이다.(신 23:3-6) 이 신명기의 규정에 따르면, 암몬 사람이나 모압 사람은 이스라엘의 기피 민족들로, 결혼관계를 맺는 것은 금지된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신명기 23장의 규정이 큰 위력을 발휘한 때가 있었다. ‘느헤미야의 개혁’ 때였다. 느헤미야는 주전 5세기 중엽 바사(=페르샤) 제국 시대, 왕의 신임을 받는 ‘왕의 술 관원’(royal cupbearer)이었다. (느 1:11) 고대 왕실에서 왕이 마시는 술잔에 독을 넣어 왕을 시해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따라서 왕의 술잔을 책임지는 관리는 왕의 신임이 두터운 고관이었다. 그는 아닥사스다 왕(주전 465-424)으로부터 유다 지역의 총독으로 임명받아 예루살렘으로 돌아왔다. (주전 445년경)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느헤미야는 무너진 예루살렘 성벽을 개축하는 등 포로기 이후의 이스라엘 공동체를 위해 헌신적으로 많은 일을 했다. 그런데 당시 유대인들 사이에서는 이방 족속들과 혼혈 결혼이 다반사로 행해졌다. 그들의 자녀 중에는 히브리어도 할 줄 모르는 자가 많았다. 느헤미야는 그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유대인 공동체의 정체성에 위기가 올 것을 감지했다. 그는 비상수단을 써서라도 이를 막아야겠다고 결단했다. 느헤미야는 유다 백성을 소집하고 모세5경의 말씀을 낭독했다. 그가 읽은 것은 바로 신명기 23:3-6이었다. “암몬 사람과 모압 사람은 영원히 여호와의 총회에 들어오지 못하리라.” 이 말씀을 듣자 그들은 곧 그들 중에 섞여 있는 이방인들을 분리해냈다. 느헤미야는 암몬 사람, 모압 사람 등 이방인과 결혼한 사람들을 책망하며, 때리기까지 하면서 다시는 이방 족속들과 결혼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게 했다. (느 13:23-25) 느헤미야는 공권력으로 이방인과 혼혈 결혼 금지를 강행한 것이다.

박준서 교수

<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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