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믿음으로 한국 땅에 뛰어든 배위량 목사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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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위량 순례단의 역사(38)

상주에서 안동까지(13)

그런데, 이 유천이란 지명이 어느 지역을 말하는지는 누가 그렇다고 주장한다고 해도 그것을 왜 그렇게 주장하는지에 대한 논증이 필요하다. 그 논증을 찾고 왜 그런지에 대한 이유를 말하는 것이 학자가 해야 하는 일이다.

배위량은 어떤 지역을 가서도 늘 그 지역에서 잠을 자고 그 지역에서 밥을 먹고 그 지역에 대한 소개를 했다. 우리 배위량 순례단 연합이 해야할 일중에 거점지역을 어디에 둘 것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어느 지점이라고 특정하는 일은 앞에서 말했다시피 역사적인 논증을 통해서 왜 그곳이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답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그것을 특정하는 것은 대단히 쉽지 않은 일이다. 어느 지역에서 잠을 잤는지에 대한 것은 당시의 역사 문화 지리적인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고, 당시 순례단의 일정과 그들의 건강 상태가 어떤가에 대한 것도 아울러 알아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어떤 한 지역을 바로 특정하는 것이 상당히 난감한 일이 될 수도 있기에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 우리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관심조차도 가지지 않는 일이고, 앞으로도 할 사람이 없기에, 어렵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앞으로 배위량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연구자들이 많이 나타날 때 하도록 일을 미뤄두는 일이 현명할 수도 있으니 그때까지 일을 미루는 방법이 있겠지만, 우리 시대에 이런 기초적인 연구조차도 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누가 이 일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잘못 언급해 자신의 학문적인 성과에 대한 신뢰성에 문제제기조차 될 수 있는 일에 누가 과연 나설 사람이 있겠는가 생각하면 답이 없다. 지금도 이런 일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소수이다. 그런데, 이런 일에 대한 관심조차도 지금 세대가 무시한다면 미래 세대 중 누가 관심인들 가지기 어려울 것이므로 그런 질문에 아무도 섣불리 대답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비록 지금 여러 가지 상황이 준비되지 않았고, 할 여건도 되지 않았고, 그런 실력도 갖추어지지 않았지만, 우리의 상황아래서, 우리의 한계 안에서, 연구하고 그 연구한 것을 말해야 된다. 그래야 학문도 발전하고, 배위량에 대한 연구의 당위성도 찾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추구하고 이루고자 애쓰는 일들이 우리에게 명예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무거운 짐이 될 때도 많지만, 아무튼 우리 시대 사람들이 져야할 짐이란 것을 알고, 함께 짐을 져주는 분들이 한 분 두분 나타나면 좋겠다. 그러면 그것을 읽고 연구하는 후학들이 나타나고 우리가 연구한 것 위에 더 좋은 연구 결과를 이룰 수 있다면, 배위량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 결과에서 훌륭한 결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세대가 그것에 부담을 느끼고 틀릴 수 있는 확률이 많은 그 일을 등한시하고 게을리 한다면 누군가 다음 세대 사람들이라도 그 일에 대한 그런 기초 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 기초를 닦는 일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몇백 년이 지나 그 때 배위량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이 나타나고 그에 대한 연구결과가 열매를 맺지 못한 상태로 이어진다면, 그 때는 130년 이전의 시간으로 돌아가 그 흔적을 찾아야 되고 그 때는 모든 일이 더 모호하고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완전히 알지 못하고 모든 것이 아직은 미완이지만, 그런 한도 내에서라도 부지런히 이 일을 해 나간다면 후세 사람들이 이 일에 대한 당위성을 찾고 그것에 대해 연구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질 것이다. 그때 그것에 대한 출발점이 될 수 있는 무언가를 제공하는 무언가를 찾게 될 것이다. 그때 지금 우리가 찾고 연구한 것을 찾고 읽고 연구한다면, 후세 사람들이,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연구가 어떤 점에서 옳고 어떤 점에서 틀렸는지에 대한 것을 말하는 데 도움이 되는 무언가가 더 많아지게 될 것이다. 그래야만 어떤 학문이든, 학문의 기초가 발전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게 된다. 발전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도 말했다시피 거인의 어깨에 올라가야만 앞을 볼 수 있다. 

현대의 모든 학문은 옛날 사람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 무엇 하나도 옛날 사람들에게 빚을 지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 우리가 하는 일이 잘된 연구이면, 잘된대로 불완전하면 불완전한대 로 모든 것이 후세 사람들에게 중요한 연구자료가 되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일에 요긴하게 사용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전 세대 사람들이 해 놓은 일이 우리 시대에 좋은 밑거름이 되는 것처럼, 우리가 하는 일이 비록 불완전하고 쓸모없는 일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 시대 사람들이 해야 될 숙명적인 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이렇게라도 정리하고 지금 우리의 지식이 여러모로 130년 전에 배위량이 걸어갔을 것 같은 길을 찾는 일도 제한적이고 그가 잠을 잔 곳이나, 그가 쉬면서 일기에 언급한 지역을 찾는 일이, 정확하게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는 곳, 예를 들면 밀양의 영남루도 있다. 그런 곳을 제외하면, 정확한 장소를 알지 못하기에 지금도 남아 있는 옛 자료나 옛날 흔적이나, 옛 사람들의 글이나, 유전되는 것들을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쉽지 않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것은 지나가기에, 영원히 머무르는 것은 없기에, 지금이라도 그 일을 해 나가지 않으면 영영 못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부족하지만, 우리 길을 가야할 것이다. 

다행하게도 우리는 청도에서 배위량이 숙박한 곳을 청도 지역 신안리로 특정하고 그곳의 주막에서 잠을 잤을 것이라는 것을 추정하고 그 추정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필자에게도 순례는 여전히 어렵고 힘들다. 어느 해 1월에 순례를 할 때에 영하 20도 가량의 강추위가 몰려 왔다. 한 겨울에는 목적지까지 가야 여관을 찾아 몸도 녹이고 저녁도 먹을 수 있고 쉴 수가 있다. 산골에서 겨울 태양은 일찍 잠을 자기 위해 서산으로 빨리 넘어 간다. 해가 제 갈 곳을 간지 오래 되었지만, 순례 길을 아직 반도 걷지 못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시간은 이미 자정을 넘겼지만, 가도가도 길이 끝이 없었다. 길을 걷다 보니 길을 잘못 들어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야하는 진퇴양난의 어려움을 겪어 보기도 했다. 1월 한겨울 밤은 길가는 나그네에게 동정심을 허락할 수 없는지, 아니면 이렇게 추운날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산골짜기 협곡의 어두운 밤길을 걷는 낯선 나그네가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여겼는지, 매섭게 겹겹이 껴입은 옷속으로 한기를 몰아넣었다. 한겨울 날 밤에 저체온증에 사로잡히게 되어 그 저체온증을 떨치기 위해 100m 달리기 하듯 왔던 길로 약 3km를 달려가니, 스쳐 지나오면서도 너무 추워 움츠린 상태로 급히 지나느라, 보지 못하고 지나가 버린 샛길이 나타났다. 그 길이 바로 목적지로 가는 길인 것을 알고 “이제 살았다”하는 안도감이 들면서 등에서 땀이 났다. 그런 경험을 했기에 필자는 순례길에 나온 누구든지 자신의 몸과 건강 상태에 따라 순례의 노정에 대한 결정권을 스스로가 가지도록 맡긴다. 그것은 자신의 몸 상태는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고, 아무리 순례를 휼륭하게 잘한다 해도 안전사고를 겪는 일이 일어나면 그 순례는 잘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순례를 계획한다면 순례를 다 마치는 것을 목표로 두지만, 안전에 대한 사항은 모든 것을 우선해야 하는 일이다.

배재욱 교수

<영남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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