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장애인과 함께하는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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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은 우리나라 장애인의 날이고, 4월 셋째주일은 한국교회 장애인주일이다.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고취시키고 장애인의 권익을 옹호하고자 제정한 기념일이다. 1년에 한 번 있는 기념일이다 보니 자칫 4월에만 주목하는 관례적인 일회성 관심이 되기 쉽다. 장애인의 날이 싫다는 어느 장애인의 말은 이런 현실을 단적으로 대변해 준다. 이제 더 이상 일회적 전시성 행사가 아니라 진심으로 장애인과 함께하는 지속적 교제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

장애인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고, 또 우리 안에 있다. 또한 누구나 언제든 장애를 겪을 수 있고,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태도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사회에서 장애인을 구별해 행사나 시혜의 대상으로 대하기보다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자 이웃으로 대해야 한다. 교회에서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구분지어 복지나 구제의 대상으로 대하기보다 함께 교회를 이루고 함께 하나님의 일을 하는 성도이자 교우로 대해야 한다. 한국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신앙적이고 실제적인 사랑의 교제로 나아가야 한다.     

30년 전에 비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 예산과 제도와 프로그램은 실로 엄청나게 성장했다. 그러나 장애인식이나 장애인지지수는 여전히 과거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아니, 교회의 현실을 보면 오히려 퇴보하는 것 같다. 언제부턴가 교회는 장애인을 정부의 사회복지에 내맡기고 있다. 최근 한국 교회는 장애인을 위해 무엇인가 부담하기를 꺼려하는 경향이다. 더 이상 장애인과 엮이고 싶어 하지 않고, 아예 장애인과 무관하게 지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럴 순 없다. 본질적으로 장애는 교회의 정체성과 관련된 주제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백성에게 청각장애인을 저주하지 말고 시각장애인 앞에 장애물을 놓지 말라고 명령하였다(레 19:14). 예수님은 시각장애인이 시각장애인으로 난 것은 그나 그의 부모의 죄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함이라고 말씀하였다(요 9:3). 교회의 장애인에 대한 관심은 윤리적 주제나 이론이 아니라 신앙적 주제이자 생활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장애는 삶의 조건으로 우리의 생활에 긴밀히 연관되어 있으며, 이미 장애인과 가족들이 교회의 구성원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가 정녕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한다면, 머리이신 예수님처럼 장애인을 가까이하고 사랑으로 섬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 차원에서 교회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장애인이 존재해야 한다. 장애인 없는 교회가 완전한 교회가 아니라 장애인이 많은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이다.  

교회의 장애인에 대한 관심은 장애를 넘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하나님의 구원을 함께 누리기 위함이다. 장애 때문에 복음과 교회에서 소외되고, 그리하여 장애인이 구원의 역사에 이르지 못하고 교회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함께 누릴 수 없다면, 그것처럼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 없다. 모든 사람은 장애의 유무를 떠나서 구주 예수 그리스도가 절실한 죄인이며, 또한 누구든지 예수 그리스도를 믿을 때 구원을 받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고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된다.     

그런데, 한국 교회에는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정죄가 자리하고 있다. 종종 장애인을 불결하고, 무례하고, 불편하고, 무능하고, 열등하고, 성가신 존재로 생각한다. 아직도 장애를 죄로, 그래서 장애인을 죄인으로 정죄하곤 한다. 또한 장애인을 믿음이 없어 치유 받지 못하는 사람으로 정죄하곤 한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삼위일체 하나님의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 장애인 역시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귀하고 소중한 존재이다. 예수님은 장애인의 형편을 생각하셔서 장애인을 가까이 사랑하셨다. 성령님은 장애인을 통해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신다.        

3년 전, 2020년 본 교단 제105회 총회에서는 총회 산하 노회원 대상으로 장애인식 개선교육을 하기로 결의했다. 동기는 장애인선교에 대한 관심의 고취와 함께 한국 교회에 만연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한국 교회의 강단과 사역 현장에서 종종 사회보다 못한 장애인식 수준을 드러내고 있다. 이 일을 위해 총회 장애인복지선교협의회에서 『교회와 장애인식 개선』이라는 교재도 발간했으나 정작 노회에서 장애인식 개선교육은 아직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교회의 관심이 없어서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라고 한다면 예수님이 하셨던 것처럼 장애인을 가까이 교제하고, 사랑으로 섬기고, 환대하고 포용하고, 함께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아야 한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새 계명(요 13:34)을 따라 한국 교회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의 교제를 이루어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최대열 목사

<총회 발달장애인선교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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