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성숙한 인류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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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또래 아이들과 함께 골목에서 놀던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때 그 골목이 얼마나 넓고 크게 느껴졌던지 마음껏 달리며 뛰어놀아도 거침이 없었다. 동네 뒷산은 또 얼마나 넓고 광활했는지 밤이 되면 컴컴한 숲속에서 무서운 존재가 불쑥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낯설고 무서운 세상에서 내 자신이 무한히 작은 하찮은 존재로만 느껴졌던 것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어릴 적 놀던 동네 골목을 다시 가보면 이렇게 좁았던가 하고 깜짝 놀라게 된다. 이제는 동네 뒷산도 아담하기만 하고 무섭기는커녕 가로등이 불을 밝혀서 아늑하게만 느껴진다. 이렇게 나이들고 어른이 되면 주위 세상이 익숙해 지면서 세상은 점점 작아지고 자의식이 더욱 커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인류의 역사도 그렇다. 원시인들에게 숲은 무한대로 커 보였고 두려움으로 가득한 세상이었다. 마을을 벗어나면 무섭고 두려운 미지의 세계가 펼쳐졌다. 이런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괴물들이 난무하는 고대의 신화가 생겨났을 것이다.  

그런데 1500년대 이후 신대륙의 발견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류는 새로운 단계에 들어서게 되었다. 인류는 처음으로 지구가 유한한 크기를 갖는 한정된 세계인 것을 알게 되었고, 과학의 발전으로 세계를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미지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게 된다. 그리고 이어서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라는 막대한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지구자원의 개발에 나서게 되고 지구는 인간의 정복대상이 되었다. 

산업혁명 이후 250여 년의 짧은 기간에 인간은 지구의 대부분을 정복하고 지구의 주인이 되었다.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모든 대륙에 인간이 거주하면서 자연은 회복할 수 없을 만큼 변화를 겪게 되었다. 인간은 이제 지구의 환경을 바꾸어버릴 수 있는 엄청난 힘을 갖게 된 것이다. 거대한 삼림을 농경지로 바꾸면서 지구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인간 이외의 모든 생물 종들이 멸종의 위기에 놓이게 되었을 뿐 아니라,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땅속의 이산화탄소를 불러내어 기후변화를 초래할 정도가 된 것이다. 

과거 45억 년에 걸친 지구의 지질시대를 우리는 보통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로 구분한다. 지구환경의 변화는 매우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에 지질시대 구분은 적어도 수천만 년을 단위로 하는 것이 보통이다. 공룡이 멸종하고 포유류가 지배하게 된 신생대는 약 6천만 년 전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인류가 일으킨 지구변화가 너무나 커서 하나의 새로운 지질시대로 구분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지질학계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대체로 지질학자들은 약 6000년 전 농경이 시작되면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지구생태계가 영향을 받아 생물의 대멸종이 초래된 시기를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라고 명명하고 새로운 지질시대로 설정했다.

유아기 때는 생존을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용서될 수 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도 유아적인 이기심을 버리지 못하면 사람 구실을 할 수가 없듯이, 유아기를 벗어나 엄청난 힘을 지니게 된 인류가 더 이상 자연을 훼손하고 지구생태계를 파괴하는 행동을 계속할 수는 없다. 인류가 이기적인 행동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자신뿐 아니라 지구상 모든 생물의 생존을 위협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인류가 서로 경쟁적으로 물질적 소비에 집착하는 유아기에서 벗어나, 지구의 모든 생명이 함께 공존하기를 꿈꾸는 성숙한 어른으로 거듭나기를 소망해 본다.  

김완진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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