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코니아] 경주 최부잣집과 요셉의 디아코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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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말라’ ‘재산은 만석 이상은 모으지 말라’ ‘과객(過客)을 후하게 대접하라’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이는 경주 최부잣집에 내려오는 300년 전통의 가훈입니다. ‘부자가 3대를 넘기기 힘들다’란 말이 있습니다. 최근 들어 우르르 무너지는 재벌들을 보면서 이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최부잣집은 9대 동안 진사를 지내고 12대 동안 연이어 만석을 이룬 집으로 조선팔도에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진 가문입니다. ‘만석 이상을 모으지 말라’는 가훈 그대로 나머지 재산은 사회에 환원했습니다. 서민들과 상생하고 그들을 배려했던 부자의 넉넉함이 가득했고 도덕성을 겸비한 존경받는 부잣집이었습니다. 과객을 후하게 대접했는데 많이 머무를 때는 하루에 그 수가 100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밤을 지내고 떠나는 나그네는 빈 손으로 보내지 않았습니다. 이는 선행을 베푸는 것이기도 하지만 여러 사람의 과객들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다른 지역의 민심을 파악할 수 있는 길이 되었습니다.

최부잣집의 가훈을 생각하다 보면 로마가 생각납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보면, 로마가 천년을 지탱하도록 받쳐준 철학이 바로 ‘노블리스 오블리제’ 였다는 것입니다. 이를 번역하면 ‘혜택받은 자들의 책임’ 또는 ‘특권계층의 솔선수범’입니다. 로마의 귀족들은 전쟁이 일어나면 자기들이 솔선수범하여 최전선에 나가 피를 흘리는가 하면 금쪽 같은 자기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여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했습니다. 이것이 로마를 이끌어가는 리더십이 되었습니다. 조선시대 최고의 부자 가문이었던 최부잣집은 우리나라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전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요셉은 총리가 되어 7년간의 대기근을 준비합니다. 애굽을 비롯하여 지중해 연안 중동지역 대부분에까지 이르렀던 기근으로 인해 주변나라 많은 사람들이 애굽을 찾아옵니다. 요셉의 형제들도 애굽에 와서 양식을 구합니다.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했던 최부잣집의 모습 이상으로 요셉은 어려움에 처한 주변 나라 사람들을 도와주고 그들의 생명을 지켜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토지법과 조세법을 새롭게 정비하여 모든 사람들이 안정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요셉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는 사람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진심을 다했던 사람입니다. 이는 디아코니아 마음을 가지고 사는 사람의 마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주변 사람이나 나라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 섬기는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받은 복을 세상을 향해 값지게 사용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살아야 합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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