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의 길]  물 한 잔에 마음이 담기면 보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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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시인의 글 「걷는 독서」에 ‘나만 아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고, 나누어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나쁜 사람은 나뿐인 사람이다. 나쁜 사람은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필자가 목회하는 지역에 1인 가족 고독사가 있었다. 2월 하순쯤 악취로 인해 경찰서에 신고되었으며 사망한 지 일주일 정도로 추정되는 고독사였다. 가족관계가 단절된 저소득 장년 1인 가구였다. 사회복지보장협의체 회의에서 동장에게 이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지난 3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와 시민협력관 주민등록 시스템에 의하면 우리시인구수 대비 65세 인구수는 13%, 노인 인구수 대비 독거인 수는 28.3%이다. 필자가 사는 마을의 독거노인 수는 1,557명(남자 565명, 여자 992명)이다. 65세 이하로 본다면 1인 가족은 훨씬 많은 수가 될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지난해 고독사 사망자는 모두 3,378명으로, 최근 5년 동안 8.8%의 연평균 증가율을 보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매년 남성 고독사는 여성 고독사보다 4배 이상 많았고,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나이는 50∼60대로 매년 50% 이상으로 확인되었다. 50대 이상 남성들의 고독사가 급증한 것은 고독사가 전 세대의 문제가 된 것이다.

필자는 마을 사회복지보장협의체 활동을 하고 있다. 마을에서 고독사가 발생하자 위원들에게 독거 3가정을 배정해 주었다. 일주일에 1번 배정받은 독거 가정에 안부 전화를 한다. 필자는 일주일에 3번 요구르트를 배달시켜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 고독사의 원인 중 하나가 외로움이다. 누군가에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삶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물 한 잔에 마음을 담으면 그것이 보약(補藥)이 된다. 우리 사회에는 마음이 담긴 보약이 필요하다. 풍성한교회에는 5명의 장애인 성도가 있다. 4명은 교회에 출석할 수 없는 분들이다. 장애인 성도들을 위해 장애인의 날을 맞아 성도들의 마음을 담은 선물을 보냈다. 심방을 통해 성찬을 베풀고,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게 하고 있다.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으로 섬기고 있다. 

위로의 시인 정호승의 시 「어느 벽보판 앞에서」의 일부분이다.

현상 수배범 전단지 사진 속에 내 얼굴이 있었다. 

안경을 끼고 입꼬리가 축 처진 게 영락없이 내 얼굴이었다. 

내가 무슨 대죄를 지어 나도 모르게 수배되고 있는지 몰라, 

벽보판 앞을 서성이다가 마침내 알았다. 

당신을 사랑하지 않은 죄 당신을 사랑하지 않고 늙어버린 죄’….

  이웃을 사랑하지 않은 죄, 사랑을 미룬 죄인이 되지 않아야겠다. 초록이 짙어지는 계절 우리 주변이 생명의 약동함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 모두가 행복을 바라고 행복을 꿈꾸는 감사와 행복의 달 5월이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외로움과 고독함으로 힘들어하는 지체나 이웃이 많이 있다. 외로운 이들에게 나아가자. 목회자가 교인을 심방하듯 마을을 심방하면 어떨까? 믿지 않는 분들, 타 교회 성도들, 마을 사람들을 축복하며, 마을 사람들에게 부드러운 미소, 따뜻한 말 한마디를 통해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을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 동네를 한 바퀴 걸었다. 지난 부활절에 동네 상가들에 나누어준 꽃들이 아직 피어 있다. 얼굴이 환하다. 그리고 인사를 건네준다.

권 일 목사

<풍성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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