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연구] 알레포 사본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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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느 나라 지폐든지, 그 나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의 초상화가 화폐에 들어간다. 이스라엘 100세겔 지폐에는 이스라엘 2대 대통령 ‘이쯔하크 벤 쯔비’의 사진이 들어있다. 그는 오늘날 전란으로 휘말린 우크라이나 출생으로, 청년 시절 이스라엘로 이주하여 건국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는 존경받는 정치인이었을 뿐만 아니라, 열심히 성경을 연구하는 구약학도였다. 그는 알레포의 유대인 회당에 보관되어 있던 ‘알레포 사본’의 가치와 소중함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알레포 사본이 ‘알레포 폭동’ 때 소실된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는 풍문을 듣고 누구보다도 기뻐했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모든 정보 채널을 동원해서 알레포 사본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귀중한 알레포 사본을 이스라엘로 옮겨와 안전하게 보존하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책임이라고 확신했다. 1952년 추리소설이나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하는 극비의 과정을 거쳐, 유대인 상인 무라드 파함(Murad Faham)은 알레포 사본을 이스라엘로 가져가는데 성공했고, 감격한 벤 쯔비 대통령의 손에 이를 정중하게 전달했다.

그런데 문제가 남아있었다. 원래 알레포 사본은 총 491장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스라엘로 가져온 것은 294장 뿐이었다. 사본의 40%에 달하는 197장이 모자라 없는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빠져있는 부분이 구약의 핵심이 되는 5경(창세기로부터 신명기까지) 부분이라는 것이다. 5경 부분은 단 11장만 있고 나머지는 없는 것이다. 누락된 197장의 행방은 어떻게 된 것인가? 알레포 폭동 때 소실된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가 숨기고 있는 것인가? 온갖 낭설이 난무하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온 이스라엘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일이 일어났다. 1982년 이스라엘 국립도서관 앞으로 우편물 하나가 우송되었다. 우편물을 열어보고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알레포 사본 1장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알레포 사본의 나머지 부분이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증거가 아닌가 하고 사람들은 흥분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총동원되어 우송된 사본 1장의 출처를 수색한 결과, 알레포에 사는 한 유대인이 파괴된 유대교 회당의 잔해 가운데서 주웠다는 ‘믿거나 말거나’한 증언밖에 들을 수 없었다. 현재 이스라엘이 보관하고 있는 알레포 사본은 우편으로 배달된 1장이 추가되어 총 295장이고, 실종된 196장의 행방이나 존재 여부는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이스라엘이 소장하고 있는 알레포 사본에는 불에 그슬리거나 탄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아, 행방을 알 수 없는 나머지 부분에 대한 궁금증을 더하여 준다.)

알레포 사본이 이스라엘로 돌아온 후, 이스라엘 측은 곧 초정밀 사진판을 만들어 세계 학자들에게 연구 자료로 공개했다. 한편, 예루살렘에 있는 히브리대학은 ‘히브리대학 성경 프로젝트’(Hebrew University Bible Project)를 설립하고 알레포 사본을 토대로 해서, 다른 고대 사본들과 고대의 번역본들, 즉 희랍어 번역, 시리아어 번역, 아람어 번역, 사해사본 등과 대조해 가며 가장 정확한 히브리어 원문 성경을 만들어내는 학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사사기, 이사야서, 예레미야서 등이 낱권으로 출간되어 구약 연구에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

박준서 교수

<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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