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그리스도인의 시민 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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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한옥 예배당을 보존하고 있는 자천교회(총회 사적 제2호, 경북문화재자료 제452호)는 전국과 해외에서 연간 3-4만 명이 방문한다. 수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문화재 교회를 섬기다 보면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일들이 참 많다. 그 중에 하나가 방문객들이 어지럽히고 간 흔적들을 치우고 정리하는 것이다. 섬기는 마음으로 하여 몸이 수고로운 것은 괜찮지만 마음 한쪽에 한국 교회를 향한 안타까움이 남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대부분의 방문객이 신앙인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남긴 어지러운 흔적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시민 교양’의 부족함과 심지어는 ‘무례함’조차 보게 된다. 보다 성숙한 시민 교양을 요구하는 우리 사회에서, 그리고 그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그리스도인들의 삶에서 오히려 교양과 예의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한국 교회의 장래는 그다지 밝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결국 한국 교회의 대사회적 공감 능력 부족과 게토화(ghettoization)의 가속을 초래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각종 문화와 사조(思潮)가 공존하면서 때로 충돌하고 부침하는 다원화된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기독교 철학자이며 윤리학자인 리처드 마우(Richard J. Mouw)는 이 다원화된 사회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에게 더욱 시민 교양을 갖출 것을 강조한다. 다시 말하면 다른 신념과 가치를 가진 사람들에게 복음의 진리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중하고 친절하며 관용하는 태도, 즉 기독교적 교양과 예절(Christian Civility)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할 때 기독교는 이 다원화된 사회에서 ‘무례한 기독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나 아닌 타자(他者)에 대한 예의와 배려, 사회적 규범과 질서에 대한 존중을 도외시한 채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을 외치는 것은 더 많은 반기독교 정서(Anti-Christian sentiment)를 조장할 뿐이다. 그리스도인의 거룩함과 신실한 믿음은 영적인 의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교양 있음’과 ‘예의 바름’이라는 일상의 삶의 태도에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교양 있는 삶의 태도를 무시한 영성은 그저 천박할 따름이다. 이제는 한국 교회가 은혜와 은사에 대한 몸부림만 칠 것이 아니라 시민 교양에 대한 자각(自覺)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보다 성숙한 시민성을 요구하는 사회의 시대적 요청에 응할 수 있다.

그동안 한국 교회는 신앙 교육을 주로 ‘영육’(靈育, Spiritual Education)에만 집중하여 ‘덕육’(德育, Moral Education)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왔다. 그 결과 시민 교양은 우리 신앙체계에서 그다지 중요한 관심 사항이 되지 못하였다. 때문에 한국 교회는 사회 일각으로부터 더러 “무례한 기독교”라는 비방(誹謗)의 소리를 들어왔다. 우리는 이 소리를 겸허하게 성찰해 보아야 한다. 덕은 신앙을 올바르게 표현하는 통로와 같은 것이다. 덕육을 통해 좋은 성품이 형성될 때, 이를 통해 표현되는 신앙은 교양 있고 예의 바를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그 신앙에는 건강함과 높은 격조(格調)를 담게 된다. 해서 이러한 의식과 교육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공동체의 요청에 부합하는 교양있는 그리스도인이 길러지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복음을 통해 우리에게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를 주셨다. 그런데 그 인간다운 삶에는 권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책임도 함께 있음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시민 교양은 우리 그리스도인으로 하여금 보다 책임있는 신앙 삶을 살게 한다. 그러므로 교양과 예의를 갖추지 못한 신앙은 우리 스스로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는 것이며, 책임있는 신앙 삶을 외면하는 것임을 알아야 하겠다. 한국 교회를 섬기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일상에서 ‘교양 있음’과 ‘예의 바름’이 넘쳐나길 기원해 본다.

손산문 목사

<자천교회, 영남신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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