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쉼터] 미국 독립 기념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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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년 8월 15일을 광복절이라 부르면서 독립과 정부 수립을 기념해 축하한다. 이날은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요인과 유지들이 모여 기념식을 거행하고 KBS는 이를 생중계하여 온 국민이 함께 축하하는 날이지만 축하는 여기서 끝나고 그냥 하루 공휴일이 되고 만다. 그러나 옛날 중·고등학교 시절엔 지금보다는 조금 더 축하하는 분위기였다. 마침 여름방학이 끝나가는 시기라 소집일을 겸해 등교해 학교 운동장에서 ‘광복절 기념식’을 갖고 애국가와 광복의 노래를 부르면서 광복의 의의를 생각했지만, 이제는 특별한 의미를 찾기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풍토는 미국도 마찬가지가 되었다. 

매년 7월 4일이면 독립 기념일로 공휴일이고, 간간이 퍼레이드나 불꽃놀이가 있을 뿐이다. 사실 미국 독립 기념일이 생겨난 유래는 1776년 7월 4일에 미국 독립 선언이 채택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날 13개주 대표들이 필라델피아에 모여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지 246년이 된 이날을 기념해 어김없이 각 지역에서는 퍼레이드와 불꽃놀이로 독립을 축하하지만 이제는 하나의 형식적인 공휴일일 뿐이다. 그러기에 그 흔한 미국 국가도 들을 수 없는 현실이다. 

미국 국가는 오히려 야구장에서 퍼져나온다. 사실 1970년에 미국 LA로 이민 온 나도 당연하게 열렬한 다저스팬이 되었으며 얼마 후에 다저스구장으로 야구 구경을 갔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장내 아나운서가 국가를 부르겠다고 안내를 하면서 우리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야구장에 있던 가수가 ‘O say can you see(오 그대는 보이는가)’라면서 무반주로 국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청중 가운데는 작은 소리로 따라부르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이 그냥 무심하게 듣고만 있었다. 노래는 조금 어려운 듯 했다. 이윽고 마지막 소절인 ‘And the star-splanged banner in trump shall wave(그리고 승리의 개가속에서 성조기는 휘날릴지니), While the land of the free is the home of the brave(자유로운 이들의 땅이 곧 용기있는 자들의 고향인 동안에)라고 끝맺음을 하면 모두가 박수치고 함성을 지르는 것이었다. 아마 그 때에 애국심이 정열적으로 샘솟는 것 같았다. 이렇게 공식적인 행사는 물론 수많은 운동경기 전에 국가를 부르니 어느 순간부터 저절로 애국심을 고취하게 되는 듯하다.

후에 장로가 되면서 매달 모이는 구역 예배 때면 성경공부 후에 미국 국가를 두세 번 부르면서 공부를 했다. 어디에서 이를 배울 기회가 없던 교인들이 몹시 좋아하던 기억이 난다. 몇 년 전부터는 미국 경기장에서 국가를 부르는 한국 가수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여기에서도 K-Pop의 영향력을 볼 수 있어 흐뭇하다. 한국 가수들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면서 특히 소향이라는 한국 CCM 가수 출신이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어 흐뭇할 뿐이다. 

내가 섬기는 교회에서는 신년 주일, 3·1절 기념 예배, 해방 기념 주일 그리고 개천절 기념 예배 같은 국경일 기념 주일에는 예배가 끝나고 축도 후에 애국가 1절을 부른다. 그러면서 국가의 존재에 감사하는 마음인 애국심이 생기는 것은 비단 나만은 아닐 것이다. 몹시 자유분방해서 애국심이 없어 보이는 미국 사람들이 정작 애국심이 필요한 때에는 어김없이 어떠한 희생이라도 치르는 자세를 보면서, 이는 입에 바른 형식적인 교육이 아니라 이렇게 평소부터 진정한 애국심에 대한 훈련이 되었기에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기회였다.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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