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연구] 안식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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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들이 안식일을 지켰다기보다는 안식일이 오히려 유대인들을 지켜주었다.” 이 말은 유대인 사상가 아하드 하암(Ahad Ha-Am)이 했던 유명한 말이다. 유대인들은 나라 없는 민족으로 오랜 역사 동안 여러 나라에 흩어져 살아왔다. 그러나 어느 곳에 살았던, 안식일을 지켜왔다. 하암의 말은 유대인들이 안식일을 지킴으로서 유대인들은 그들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었다는 뜻이다. 안식일을 지키는 것은 식사법, 할례법과 함께 유대인들의 세 번째 지표(marker)가 된다.

주전 160년대 중반, 당시 유대인들은 희랍계 셀류쿠스 왕가에 속한 안티오쿠스(Antiochus) 4세의 지배 밑에 있었다. 안티오쿠스 4세는 희랍문화 우월주의자로서, 지배하는 유대인들에게 희랍문화와 희랍 생활양식을 강요했다. 그 결과, 할례를 금지하고, 안식일도 지키지 못하도록 했다. 예루살렘 성전 안에는 희랍의 ‘제우스’ 신의 제단까지 만들어 성전을 우상숭배의 소굴로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유대인들은 신앙을 지키기 위해 광야로 나와 동굴 속에 숨어 지냈다. 안티오쿠스 4세는 이를 방관하지 않았다. 군대를 보내 피신해 있는 유대인들을 공격했다. 그런데 그들은 안식일을 택해서 공격했다. 유대인들은 안식일을 지키기 위해 안식일에는 대항해서 싸우지 않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구약 ‘외경’에 속하는 마카비서 상권은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기록했다. “적군이 안식일을 택해서 공격해왔기 때문에, 유대인들은 처자와 가축과 함께 고스란히 죽어갔고 죽은 사람은 천 명이나 되었다.”(마카비 상권 2:38) 이 비극은 결국 ‘마카비 혁명’을 촉발시켰고, 혁명은 성공하여 이후 약 80년간 유대인들은 하스모니안(Hasmonean) 왕조를 유지했다.

안식일의 근거는 두말할 것도 없이 십계명의 제4계명에 근거한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 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이나, 일곱째 날은 네 하나님 여호와의 안식일인즉… 아무 일도 하지 말라.”(출 20:8-11) 유대인들의 안식일은 금요일 일몰 시각으로부터 토요일 일몰 시각까지이다. (이스라엘의 금요일 조간신문을 보면, 안식일 시작과 끝나는 시각이 분, 초까지 정확히 나와 있다) 그런데 구약의 안식일 법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그것은 안식일에 “아무 일도 하지 말라”고만 되어 있고, 무엇이 일이고 무엇이 일이 아닌가에 관해서 일의 정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구전법을 통해서 안식일에 금지된 39가지 일을 결정했다. 이것은 서기 200년경 구전법을 집대성해서 책으로 만든 ‘미슈나’(Mishnah)에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39가지 일만으로는 모든 ‘일’을 다 포함할 수가 없다. 그래서 오늘날도 이 문제는 유대인들 사이에 큰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예를 들면, 안식일에 자동차를 운전해도 되는가 하는 문제이다. ‘정통파 유대인’(Orthodox Jews)은 안식일에 운전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한다. ‘보수파 유대인’(Conservative Jews)들은 회당에 갈 때에 한해서만 자동차를 운전해도 된다고 한다. 이들에 비해 ‘개혁파 유대인’(Reform Jews)들은 자동차 운전은 안식일을 범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 자유스런 입장이다.

박준서 교수

<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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