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쉼터] 부끄러움을 아는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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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아들을 극진히 사랑하는 아빠가 초등학교 입학 기념으로 생일에 자전거를 사주기로 약속했다. 마침 아들의 생일은 다가오는데 회사에 급한 일로 출장을 가게 되어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 정신없이 일을 마치고 며칠 후에 집에 돌아오니, 평소와는 달리 아들은 아빠를 반기지도 않고 시무룩해 있었고, 그제야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깨달았고, 재삼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함께 자전거포에 가서 자전거를 사주면서, 다시는 약속을 어기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아들에게는 물론 어떤 사람과도 약속을 어기지 않는 사람이 되기로 다짐하고 이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성실한 사람이 되었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자식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 여기면서 생활하는 사이 이는 그 자신을 나타내는 그의 가장 좋은 품성이 되어버렸다. 

얼마 전에 미국의 명문인 스탠퍼드대의 마크 테시어라인 총장이 학생, 직원들에게 보낸 성명에서 8월 31일부로 총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이는 스탠퍼드대 특별위원회가 논문 부정에 총장이 직접적으로 관여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면서도 그가 운영하는 연구실의 다른 구성원이 데이터를 조작한 것은 확인됐다고 발표하자, 총장이 “비록 나는 몰랐지만 내 연구실에서 일어난 일이니 당연히 이에 대해 책임지겠다”며 직을 내려놓기로 한 것이다. 이런 기사를 접하면서 만일 이런 사태가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더라도 같은 결과가 발생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이 사건은 지금 경찰 등에서 조사하고 있으며 따라서 아직 확정적으로 결론이 나지도 않았을 뿐더러, 이 내용도 이제 갓 입학한 18세인 테오 베이커라는 학보사 기자의 기사가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기자는 이 기사로  뛰어난 심층 보도를 시상하는 ‘조지 포크상’의 최연소 수상자가 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런 사실을 보면서 대학교의 총장으로서의 품격이 과연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 총장도 그렇지만, 이런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들로 구성된 대학을 지닐 수 있는 미국의 교육과 사회구조가 부러웠다. 

우리 사회에서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는 너무도 흔하게 보아왔다. 특히 정치인들이 자기가 한 말에 대해 느끼는 책임감은 그 무게가 얼마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 이렇게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사람들이 활개 치는 현실에서 과연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좋으냐고 묻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성경에 나오는 예화를 상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음행한 여인을 예수 앞에 데리고 온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의 대화에서 엿볼 수가 있다. 이때 그들은 예수께 “이런 경우에 모세는 돌로 쳐서 죽이라 했는데, 선생은 어떻게 말하겠나이까”라고 물을 때에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하시니 그들이 양심에 가책을 느껴 어른으로 시작하여 모두가 나가고 오직 예수와 그 여인만이 남았다는 성경 말씀을 읽게 되었다. 이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민낯을 보여주는 현실이기도 하다. 우리는 일상에서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으로 생활하고 있다. 이는 어떤 의미에서는 그만큼 우리 자신이 법을 경시하는 풍토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면 여기에 우리가 항상 읽으면서 중요시하는 성경 말씀을 대입하면 어찌되는가. 우리는 과연 살아가면서 남을 질책할 수 있을 정도로 떳떳하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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