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지성] 이름 없는 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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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순간의 생애를 살다가 떠나가지만, 인간에 따라서 남기고 간 발자취가 대단히 큰 분도 있고,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간 인간도 많다.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인간 사회는 외적으로 보기에는 평화스럽지만, 이기적 충돌로 내적으로는 갈등 관계가 얽혀져 있다. 특히 자유민주주의 사회는 개인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는 사회가 되다 보니, 자기주장의 목소리가 크게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 의무보다 권리를 주장하는 경향성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많이 배우고 똑똑한 사람일수록 절대로 손해 보고 살려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와같이 이기주의가 지배적인 사회 속에서 자기의 욕심(慾心)을 버리고 무사헌신(無私獻身)의 정신을 가지고 빛도 없이 이름도 없이 희생의 제물이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희생 없이 성공이 이룩되는 것은 아무 데도 없다. 어느 공동체를 막론하고 말없이 희생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 ‘이름 없는 별들’이 많은 공동체일수록 그 공동체는 활성화 되고 발전에 발전을 거듭할 것이다. 똑똑한 사람은 많지만 자기 몫만 챙기려고 하고 부정적 사고와 불평불만만 지배적인 공동체는 장기적으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인간들은 자신의 작은 공적을 세우고도 그것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어 하고, 자기의 공적이 외부로 알려지기를 바란다. 예컨대, 북한 정권의 실상을 상기해 보자. 북한 전역이 김일성 3부자의 나라인지 주민의 나라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의 주인은 북한 주민임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이 뼈빠지게 일해도 주민의 공로는 찾아볼 수 없고, 오직 북한 통치자의 공로와 위대성만 강조되고 있는 북한 현실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것은 북한이 민주주의와 공화정을 주장하면서도 왕조정치나 다름 없음을 실증해 주고 있는 것이다.

프러시아의 유명한 프리드리히 2세(Friedrich II)는 “나는 국가 제일의 공복(公僕)이다”라고 했다. 공복이란 국가의 지도자는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머슴과 같은 존재란 뜻이다. 국민이 피땀 흘려 나라를 위해 희생의 제물이 되어도 국민의 존재가치는 없고 모든 공적이 통치자의 덕분이라고 한다면, 진정 정의가 살아 있는 국가라고 할 수 있겠는가?

우리들이 군인사회를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군인사회는 특수성을 가진 사회다.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사는 특수한 사회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상관이 작전명령을 내려 전쟁에서 승전했다고 하자. 그 모든 공적이 상관에게만 돌아가고 그 작전명령을 수행하여 전승하게 한 병사들은 아무런 존재가치가 없는 것처럼 생각하는 가치관이 지배적인 사회라면 과연 정의가 살아 있는 사회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한국의 서울특별시 동작동 현충현 묘지 맨 하단 끝자락에는 채명신 장군의 묘가 사병들 묘역에 있다. 그 묘비에는 “그대들 여기 있기에 조국이 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장군 묘에 묻히기를 사양하고 사병들과 함께 묻히기를 바라는 그의 뜻에 따라 사병들 묘역에 묻힌 것으로 보인다. 매해 현충일마다 애국지사들 묘를 참배하고 돌아오다가 채명신 장군의 묘를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사병들의 공로를 사실 그대로 인정하려는 채명신 장군의 올바른 정신을 다시금 존경하게 된다.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는 매년 성탄절을 맞이하여 20년 넘게 얼굴 없는 천사가 기부금을 놓고 사라진다고 한다. 2021년 말 기부금 누적 금액이 8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그처럼 ‘이름 없는 별들’의 희생정신에서 나온 기부금이 저소득층과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전달되어 삭막한 사회를 훈훈하게 해 주는 자랑스러운 정신문화가 더욱 확산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조인형 장로 

– 영세교회 원로

– 강원대 명예교수

– 4.18 민주의거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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