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팀 켈러 목사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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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수많은 젊은 엘리트 지성인들을 설득하여 기독교로 개종시킨 복음주의 목사이자 신학자이고 기독교 변증가인 팀 켈러 목사가 지난 5월 19일 7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필자는 수년 전 뉴욕의 리디머교회를 방문해서 멀리서나마 팀 켈러 목사의 설교를 들을 수 있었다.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외모에, 부드럽지만 빠른 말투로 설득력있게 설교하는 그의 메시지에 매료되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이후로 수많은 책과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 팀 켈러 목사를 접하면서 이 분이야말로 종교가 쇠퇴하고 세속화되어가는 포스트모던 시대에 기독교 복음의 진수를 가장 설득력 있게 전할 수 있는 설교자이고 변증가라는 확신이 들었다.

팀 켈러 목사는 그의 책, 『하나님을 말하다』(The reason for God)에서 비기독교인의 질문에 대해 하나씩 답하는데 첫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부터 그의 논증의 깊이가 남다름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기독교에만 구원이 있다는 것이 너무 배타적이라는 비판에 대한 팀 켈러 목사의 답변을 들어보자. 비판자들의 주장은 이렇다, 유대교와 이슬람교와 같은 세계의 여러 종교가 모두 자신만이 진리라고 주장하는데 그 주장들은 명백히 서로 모순된다. 특히 기독교의 예수밖에는 구원이 없다는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주장은 합리적이고 상대를 존중하는 대화를 불가능하게 한다. 세상이 폭력과 전쟁으로 점철되는 것은 배타적인 진리를 주장하는 종교의 독선 때문이다. 

이런 비판에 대해 우선 팀 켈러 목사는 모든 진리 주장이 옳지 않다면 회의론자의 주장조차도 진리가 될 수 없다고 반론을 편다. 그리고 세상의 폭력과 전쟁이 종교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은 무신론자들인 독일의 나치 전체주의와 스탈린의 공산주의가 세계대전과 냉전을 일으켰다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서로 다른 가치관과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이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공적인 영역에서 신앙을 배제하고 신앙은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간주하는 것이 옳다는 철학자들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기독교가 추구하는 가치는 모든 다양한 가치체계를 넘어서는 보편적인 타당성을 가짐을 논증한다. 다원적 세계에서도 모든 가치가 상대적일 수 없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 

더 나아가서 팀 켈러 목사는 기독교가 절대적인 가치를 주장하면서도 전혀 배타적이고 독선적이 아님을 역설한다. 보통 근본주의적 신앙은 특정 교리를 주장하면서 자신이 우월하다는 의식을 갖게 되고 오만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정통 기독교 신앙은 그렇지 않다. 기독교 신앙은 다른 신앙을 가진 사람들도 선량하고 지혜로울 수 있음을 인정할 뿐 아니라 윤리적으로 더 뛰어난 삶을 살 수 있음을 알고 있다. 기독교인은 스스로의 윤리적인 공로나 지혜나 덕성 때문이 아니라, 인류를 위해 예수가 이루신 역사 덕분에 순전히 은혜로 하나님의 용서하심을 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복음의 능력은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사람들을 겸손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개방적이고 희생적인 사람으로 변화시킨다. 바리새적인 신앙은 참된 기독교가 추구하는 신앙이 아니다. 참된 기독교 신앙은 온 세상을 평화로 이끄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포스트모던 세계에서 근본주의 기독교가 바리새적인 교만과 배타성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세계의 모든 종교와 철학을 아우르는 참된 가치를 세상에 드러내는 신앙임을 보여준 팀 켈러 목사는 세계 지성사에 큰 빛을 던져주었다.

김완진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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