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이스라엘의 비극

Google+ LinkedIn Katalk +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테러 사건은 우리 마음을 아프게 한다. 바로 얼마 전 성지순례를 다녀온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런 참극이 일어났다고 하는 소식을 들으니 고통받는 현지인들의 얼굴이 떠올라 더욱더 슬픔을 금할 수 없다.

이스라엘 남부에 인접한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무장테러집단 하마스가 분리장벽을 넘어 이웃의 키부츠와 이스라엘 마을을 기습하여 무고한 민간인과 어린아이를 무차별적으로 살해하고 납치해가는 유례없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테러공격과 교전이 끊이지 않았지만 이같이 천여 명의 무고한 시민을 학살하고 심지어 수십 명의 어린아이를 참수하는 극악한 테러공격은 이스라엘 독립 이후 지난 70여 년간의 역사에서 처음 일어난 일이다. 알카에다가 미국 본토를 공격한 9.11테러와 히틀러의 홀로코스트나 스탈린이 유대인을 학살한 포그롬에 비견되는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잔학한 테러공격이라고 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즉시 하마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가자지구에 연일 포격을 가하며 하마스를 완전히 멸절시키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 보복 공격으로 이번에는 가자지구의 아랍 민간인들의 피해 참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게다가 민간인 병원이 포격을 받아 입원환자 수백 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란을 포함한 아랍국가에서는 대규모 시위와 증오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아랍과 이스라엘 간의 또 한 번의 전쟁은 피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증오가 증오를 낳고 보복이 또 더 큰 보복으로 이어지는 이 악순환이 참으로 안타깝다. 참으로 경악스러운 것은 하마스의 하늘을 찌르는 증오심과 적개심이다. 하마스의 목표가 단지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이스라엘을 쫓아내는 것이 아니라 이 지구상에서 유대인을 박멸하는 것이라 하니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테러만 보면 유대인과 이스라엘이 피해자임이 분명하다. 게다가 민간인을 향한 이런 극악무도한 테러는 절대로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건국과정에서 현지 팔레스타인인들이 겪은 수모와 참상을 생각하면 팔레스타인인들의 피해의식과 증오와 분노를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20세기 초 시온주의의 깃발 아래 유럽의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이주하기 시작했고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하면서 그 땅에 뿌리내리고 살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집과 농지를 잃고 난민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끝없는 보복의 악순환을 안타깝게 바라보면서, 결자해지라는 말이 있듯이 최초의 가해자는 이스라엘임을 인정하는 데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스라엘은 아랍국가들에 둘러싸여 생존의 절박한 위험에 처해있다고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이스라엘은 유럽 현대문명의 최첨단 과학으로 무장하고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강대국들의 지원을 받는 중동의 절대강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유대민족은 과거 수천 년 세계를 유랑하고 핍박을 받아 왔지만, 유대교의 정체성과 절박한 생존본능으로 세계의 정치, 경제와 지성계를 지배하는 성공적인 민족이 되었다. 이스라엘이 자신의 힘과 실력을 깨닫고 관용과 베풂을 실천할 때 비로소 아랍인들의 증오와 분노와 피해의식을 녹여낼 수 있지 않을까? 이스라엘이 생존본능이 아니라 관용과 사랑을 품는 그 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기대한다. 이천 년 전 예수님이 바리새파 유대인을 향해 선포했던 그 은혜의 복음을 유대인들이 받아들이는 날이 바로 그날이 될 것이다. 

김완진 장로

• 소망교회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