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저일 생각하니] 사철에 있는 내 이름과 아호 송골(松骨) 지은 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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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 오동춘(吳東春)은 우리 할머니께서 지어 주셨다. 낫 놓고 ㄱ자도 모르시는 당시 50대 할머니께서 일본에서 장손자 낳았다고 싸립문 위에 붉은 고추도 끼어 두고 49일간 미신적이긴 하나 소박한 삼시랑(三神)에게 빌어 주셨다. 중풍병을 만나 고생하시다가 내가 마천초등학교 4학년 때 돌아가셨다. 지금 지리산 한 줄기인 경남 함양군 꽃피는 산골 마천고을 섬말<島村>동네 뒷 산인 곰달래산 기슭에 주무신다. 우리나라 명산인 금강산은 너무 아름다워 철마다 이름이 다르다. 금강산, 봉래산, 풍악산, 개골산이 춘하추동 사철의 이름이다. 내 이름도 아름다워 4계절에 따라 오동춘 오동하 오동추 오동동으로 불러도 좋은 이름이다.

이렇게 부르라고 대신고교 교무실에서 고려대 나온 어느 국어선생님이 그렇게 말했다. 연세대 교육대학원 재학 중에 만난 홍웅선(덕성여대 총장 역임 뒤에 작고) 교수님도 원우회 수석부회장인 내게 계절 따라 이름을 고쳐 부르면 금강산처럼 아름다운 이름이 될 것이라고 웃으면서 말씀했다. 아동문학가 장수철(작고) 시인도 내게 철 따라 이름 부르라 말하고 만나면 지금 뭐라고 불러야 계절에 맞는 이름이냐고 웃으시며 농담도 자주 하셨다. 아무튼 내 이름은 금강산처럼 아름답다. 이름이 박력 있고 운율이 흐르고 여운이 가슴으로 곱게 흐른다. 할머니 이름 잘 지어주신 은혜로 내가 중·고교·대학에서 참삶 뼈삶 빛삶 제자를 길러내는 국어선생이 되고 한글사랑 나라사랑 짚신정신 배경으로 도산 안창호 선생이 지은 애국가 사랑 마음으로 시를 쓰는 시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병역의무도 귀신잡는 해병대에서 씩씩하게 근무하고 만기 제대했다 1950년대 중반에 이인초 작사 한복남 작곡 황정자 가수가 부른 노래(오동동 타령)가 라디오 전파를 타고 흐르면서 나의 겨울 이름 오동동이 널리 울려 퍼졌다.

‘오동추야 달이 밝아’ 민요 가락을 타고 나의 이름 오동추도 밝은 가을 이미지로 널리 알려졌다. 이름 잘 지어주신 할머님이 항상 감사하다. 할머니로 하여금 내 이름을 사철에 따라 아름답게 짓도록 우리 할머니를 사랑하신 하나님께도 감사 드린다. 홍역으로 어린이가 잘 죽으니까 오래 살라고 쇠바우, 돌쇠, 개똥이 등의 남자 어린이 이름도 있고 목숨 길게 살라고 길순, 딸 그만 낳으라고 딸고만이 등의 여자어린이 이름도 있었다. 또 사람은 교양인 지식인 예술인 정치인 등이 아호를 갖는다. 주로 예술인들 중에 문인은 필명을, 가수나 서예가 화가도 예명을 갖는다. 옛날은 어린이 때 이름을 안 부르고 장가들면 어른스럽게 자(字)를 불렀다. 사육신 성삼문(1418-1456)의 자는 근보(謹甫) 아호는 매죽헌(梅竹軒)이다. 이순신(1545-1598)은 자 여해(汝諧) 시호(諡號)는 충무(忠武)이다. 시호는 생전의 공적을 높이 평가하여 임금이 내리는 이름이다. 아호는 자기가 좋아하는 이름이다. 나의 아호는 송골(松骨)이다 1960년 4.19거리를 뛰고 와서 나는 나라나 내가 뼈 있게 살아야 부정부패 없는 정직한 나라, 정의 진리 자유의 나라가 된다고 신촌 하숙방에서 생각을 했다. 나부터 뼈 있는 사람되기 위해 사철 푸른 소나무 뼈를 사랑하여 성삼문의 독야청청(獨也靑靑) 지조를 본받는 뜻으로 청솔정신을 상징하는 송골(松骨)을 나의 아호로 지었다. 

지방색을 없애기 위해 8도 대표를 모아 1913년 5월 1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흥사단을 만들어 교육으로 독립일꾼을 기르자는 독립운동가 안창호(1878-1938)는 1902년 미국 가는 하와이 근처 바다 위에 솟은 산봉우리가 조국독립 희망의 상징으로 보여 도산(島山)으로 아호를 지었다. 아호는 스스로 짓기도 하고 남이 지어 주기도 한다. 나는 4.19 직후 스스로 송골이라 아호를 짓고 연세대 스승 외솔 최현배(1894-1970) 한결 김윤경(1894-1969) 두 스승의 한글 나라사랑 제자사랑의 길을 열심히 따라 가고 있다. 외솔 한결 스승은 당신들의 아호처럼 인격과 사상이 훌륭했다. 나는 한국사랑 흙사랑 소나무사랑의 순우리말 아호 한흙솔도 있다. 송골 한흙솔은 참삶 뼈삶 빛삶으로 죽는 날까지 하나님 뜻 따라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오동춘 장로

<화성교회 원로, 문학박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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