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저출산과 인구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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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즈에서 한국의 초저출산율을 다룬 칼럼이 화제가 되고 있다. 가임여성의 출산율이 2002년 1.3 미만으로 떨어진 이래 추락을 거듭해서 올해는 0.73으로 단연 세계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한다. 이 추세라면 100쌍의 부부 200명이 73명의 아이를 낳는다는 뜻이고 그 아이들이 자라서 36쌍의 부부가 되어 낳는 자녀는 26명으로 인구가 두 세대 만에 거의 10분의 1로 쪼그라든다는 충격적인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한국은 소멸할 것인가?’라는 다소 과장된 제목의 이 칼럼이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실제로 인구가 이렇게 빠르게 감소하지는 않겠지만 저출산율은 인구감소와 함께 경제성장률 저하 등 심각한 경제침체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출산율 정책은 국가의 사활이 걸려있는 문제가 되었다. 그동안 정부는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여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저출산은 그 정도와 추락속도가 세계 유례가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저출산 현상은 이미 오래전 유럽국가들에서 시작된 이래 지금은 선진국뿐 아니라 동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중국, 홍콩, 대만의 올해 출산율이 1.0대로 역대 최저를 예상하고 동남아 국가 중에는 태국이 예외적으로 1.0이 안되는 초저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저출산율의 원인으로 극심한 교육경쟁이 유발하는 교육비와 양육비 부담, 주택난으로 인한 주거비상승에 더하여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 등을 공통으로 꼽는데, 더 근본적인 원인은 결혼과 양육과 같은 가족적 유대보다는 개인의 행복과 웰빙을 중시하는 개인주의적 가치관의 확산이라는 사회문화적 변화에서 비롯한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단기적 정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출산율 감소를 문명의 위기의 징조라고 보고 그 원인을 종교의 쇠퇴에서 찾는 한 종교지도자의 분석이 눈길을 끈다. 영국의 랍비 조너선 색스는 기독교가 쇠퇴하고 서구 문명이 세속화되면서 개인과 자아를 숭배하는 개인주의가 확산되고, 그 결과로 가족은 해체되고 결혼과 육아의 책임을 경시하는 가치관이 지배하면서 출산율이 저하하기 시작하였는데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감소는 로마제국을 포함한 모든 문명의 말기에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라는 것이다.

극단적인 개인주의는 지속될 수 없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므로 가족과 공동체라는 집단적 책임 없이는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를 과거와 미래, 그리고 역사와 운명을 공유하는 인류 공동체의 일원으로 연결해주는 이야기 즉 내러티브가 없이는 살 수가 없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돈이나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세대를 걸쳐 이야기를 통해 전해 내려오는 풍부한 정신적 유산과 가치관이다. 그리고 세대와 세대는 이야기를 공유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는다. 가족과 결혼과 양육이 정체성 회복에 중요한 이유이다. 기독교는 근본적인 세 가지 질문, 즉, 우리가 누구인가, 우리가 왜 여기에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제공함으로써 우리가 공동체 안에서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 사회에도 만연되고 있는 개인주의적 가치관에서 벗어나 가족과 공동체를 회복하고 공동체 안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기독교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면 머지않아 아이들의 웃음이 피어나는 건강한 사회가 찾아오고 출산율이 회복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김완진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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