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쉼터] 행복을 만드는 투자

Google+ LinkedIn Katalk +

지난 2022년 6월 18일에 ‘세기의 점심 식사’라 불리는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과 점심을 먹는 모임의 비용이 공개되었다. 샌 프란시스코에 있는 자선단체 글라이드가 주관하는 이 점심은 오마하의 현인과 함께 하는 점심이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그 가격이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었다. 2000년에 시작된 이 점심 행사는 사실 버핏의 첫 번째 부인이었던 수잔이 평소에 자원봉사자로 근무했던 ‘글라이드’의 사업을 돕는 행사로 가볍게 시작되었다. 버핏과 점심식사를 하는 사람이 식사 경비의 일부를 ‘글라이드’에 헌납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얼마 되지 않은 2004년에 버핏의 부인 수잔이 사망함으로 이를 기념하는 사업으로 변신해 매년 ‘버핏과 함께 식사를’이라는 이벤트를 벌이게 되었다. 행사는 일년에 한번이며, 3시간에 걸친 식사와 참가자는 모두 7명 이내로 제한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함구하지만 이 행사를 위해 기획사가 주관하면서, 참가자가 내는 돈은 ‘글라이드’에 바치는 지극히 단순한 행사였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 투자의 귀재로 인정받는 버핏을 상대한다는 이 세기적은 행사는 해를 거듭할수록 세상의 이목을 끄는 행사가 되었으며, 더욱이 이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이 내는 찬조금이 일반인으로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고액이 되면서 세기의 가십거리가 되었다. 

2022년 행사에서 참가자가 낸 금액은 물경 1900만 달러로 한화로는 246억원이 되는 천문학적인 액수였다. 이를 단순하게 돈 많은 사람들의 객기어린 행위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93세의 버핏이 80년 가까운 세월동안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로서, 부러움과 존경을 받는 위치에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경의를 표할 수 있음도 사실이다. 

그는 정말 투자의 귀재(鬼才)라 불리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그는 강연 중에 ‘내가 최고로 잘한 투자’라고 소개하는 게 있는데 그에 어울리지 않게 수익과는 거리가 멀다. “내가 세 번째로 잘한 투자는 집을 산 것이었다”라고 말한다. 1952년에 결혼한 그는 자녀들이 늘어나면서 1958년에 집을 샀고, 그 곳에서 지금까지 65년째 살고 있다. 세계 10위안에 드는 거부가 소유한 집으로는 어울리지 않지만, 부부가 같이 아이들을 키우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 성인이 되는 동안 온 가족이 함께 누린 희로애락의 이야기들을 들으면 이 모두가 행복하고 소중한 추억으로 도저히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귀중한 무형의 재산이라고 술회한다. 

나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23년째 살고 있다. 방 2개짜리 집이지만 우리 부부가 살기에는 너무도 편안한 집이다. 누구나 그렇지만 집을 처음 장만할 때는 약간의 무리를 하게 된다. 그러나 나는 이제 곧 집값이 오르는 조건을 살펴볼 틈도 없이 우리가 마음 편하게 살면서 점점 늙어가는 처지에 정말 합당한 집인가만 따져 보았다. 살면서 보니 다행히 노인이 되면서 적합한 아파트가 되었다. 전철역은 걸어서 5분 거리 시장이나 식당, 병원과 약방이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어 우리 같은 노인이 살아가기에는 정말로 안성 맞춤이었다. 흔히 하는 말대로 학군이 좋지 않아 앞으로 집값이 오를 확률이 적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사는 동안 큰 불편함이 없으니, 노후에 큰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으니, 이 또한 큰 욕심 내지 않고 행복을 만드는 투자를 했노라고 자부한다. 마음에 차지 않는 조금 부족한듯한 투자가 오히려 늙은이의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