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저일 생각하니] 나의 교육에 반석은인 셋은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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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교육에 첫 은인은 존경하는 나의 어머님 하석임(1919-2007) 여사다. 한글을 해득하시어 동네 아낙네들 편지도 대필해 주시던 어머님 교육철학은 “자식은 쪽박을 차도 가르쳐야 한다”는 신념이었다. 이런 어머님 은혜로 나는 대학원 박사과정 공부까지 다 마쳤다.

일제시대 비싸게 해 입은 비로드치마를 팔더라도 나를 중학공부를 시킨다고 하셨다. 모진 가난 속에 너희들은 뼈있게 살아가라고 5남매에게 일깨우신 어머님 은혜는 잊을 수 없다. 늘 살아생전의 불효가 가슴을 찌른다. 

두 번째 은인은 서울에서 택시기사를 하며 나와 아우 형제를 상경시켜 아우는 중학교 나는 고등학교 교육 뒷바라지를 해 주신 막내 숙부 오문환(1925-1962) 어른이다. 이 숙부의 교육정신이 아니었으면 우리 형제가 서울 사람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막내 숙부는 나의 어머님이 맏형수로서 친동생처럼 사랑해 주시며 일본에서 막내 숙부를 고등학교 교육을 시켜 드리고 일찍 결혼도 시켜 드려 그 맏형수 은혜의 보답으로 우리 형제를 상경시켜 중·고교 교육기회를 열어 주신 것이다. 참 고마운 우리 형제 교육은인이다. 술이 과하셔서 40세 이른 연세에 돌아가셔서 안타까움과 함께 그리움이 깊이 쌓여 있다. 

셋째 은인은 경남 함양 고향 아주머니로 막내 숙부와는 일본에서부터 동갑 친구로 지낸 황복순(1925-1962) 여사이다. 딸만 7형제 맏딸로 친정부모님께 논밭도 사 드리며 효성도 지극한 효녀 아주머니였다. 내가 부산연세대 국문과에 합격했으나 입학등록금이 없어 동서남북 여러 날 헤매보았으나 십원 한 장 빌려 주는 사람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토성동에 사는 황복순 여사를 찾아갔다.

딱한 사정을 들은 황 여사는 마치 준비해놓고 기다렸다는 듯이 1958년도 2월 어느날 입학금 13만 원을 정성껏 빌려 주셨다. 구세주를 만난 듯 기뻤다. 하나님 은혜였다. 등록마감 3시간을 남겨놓고 빌린돈 13만 원 입학금을 영도 영선동 부산연세대 재무처에 냈다. 

이제 나도 연세대 학생이라는 긍지와 기쁨이 넘쳤다. 황 여사는 가정교사 자리까지 알선해 주셔서 내게는 절대적인 은인이었다. 22세에 청상과부가 되어 남매 데리고 수절하며 살고 있었다. 내가 대학졸업 후 진해에서 해병훈련 받을 때 아는 해병대위를 보내 나를 면회도 시켜 주셨다. 큰 누님처럼 어머니처럼 내게 사랑을 많이 쏟아 주셨다. 그런데 내무실에서 M1소총 손질할 때 소대 전령이 내게 편지를 가져 왔다. 어머니 편지에 황복순 여사가 폐병을 앓다가 기어이 별세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뒤통수를 맞은 듯 충격은 컸으나 훈련 중인 해병은 마음의 슬픈 애도만 할 뿐이었다. 나중에 휴가 중에 어머니로부터 친정에서 장례를 치루는데 화장하여 뼛가루를 찰밥에 묻혀 까마귀밥으로 만들어 함양읍 건너 당그래산 기슭에 갖다 두었다고 했다. 나는 주님 곁에 편히 쉬길 빌 뿐이다. 

생명 같은 13만 원을 빌려 주시어 연세대 졸업생이 되게 해 주신 황복순 여사의 은혜는 두고두고 고마운 일이다. 나는 연세대 졸업장으로 중·고교·대학까지 근 50년 교편을 잡고 자랑스런 제자를 많이 두게 되었다. 연세대에서 일제시대 “한글이 목숨이다”라는 신념으로 조선어학회사건으로 3년의 옥고를 치룬 외솔 최현배(1894-1970) 스승과 흥사단사건 조선어학회사건으로 옥고를 치룬 한결 김윤경(1894-1969) 스승 이 두 스승께 한글사랑 나라사랑을 잘 배웠다. 언더우드(1859-1916) 선교사가 세운 연세대 예배시간을 통하여 기도와 믿음을 다지게 된 것도 주님께 감사한 일이다. 

2013년 11월 8일 당시 정갑영 연세대 총장으로부터 애국가를 지은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1878-1938) 선생도 연세대 명예졸업장을 받고 언더우드학당 졸업 118년만에 자랑스런 연세동문이 된 것이다. 도산, 외솔, 한결 세 스승은 내가 존경하는 인생의 길잡이 은사이다. 오늘의 신앙인 교육인 시인이 되게 만든 나의 반석교육 은인 세분은 나의 어머님 하석임 여사, 막내 숙부 오문환 어른, 함양 고향 아주머니 황복순 여사이다. 내 삶의 반석교육이 되게 이끌어 주신 세 반석은인에게 감사하며 하나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오동춘 장로

<화성교회 원로, 문학박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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