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경영] ‘함께’ 그리고 ‘따로’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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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란 행복한 족쇄로 짝지어져 한평생을 같이 살아가는 동반자이다. 미운 정, 고운 정으로 얽혀 교집합으로 살아간다. 가장 친밀한 사이지만 정이 없으면 남보다 훨씬 밉기 마련이다. 정들어 좋을 때는 송중기, 심은하 같다가도 정떨어지면 메뚜기나 멸치 같아 보인다. 마냥 좋다가도 때로는 짐이 되고 미워질 때가 있다. 부부란 애증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살아가는 것이다. 모든 일에 부부가 함께 하지만 때로는 서로가 따로 하는 영역도 있어야 한다. ‘함께’ 그리고 ‘따로’의 삶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일본에 ‘은퇴 남편 증후군’과 ‘주인 재택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있다. 은퇴한 남편들이 집에 있게 되므로 아내들이 겪게 되는 스트레스이고 홧병이라는 뜻이다. 남자들은 은퇴와 더불어 밖에서 집안으로 회귀한다. 즐거운 곳에서 날 오라하는 곳이 없다. 내 쉴 곳은 오직 내 집뿐이다. 그리고 아내표 집밥이 좋고 최고라고 한다.

그런데 아내 입장은 아니다. 안으로 들어온 남자와 달리 아내는 밖으로 나가고 싶다. 밖에서 친구도 만나고 해야 할 일도 있다. 아내는 밖으로 나가고 남편은 집에서 기다려야 한다. 밤늦게 들어온 아내한테 기다리다 지쳐 큰소리 쳤다가는 사달이 나기도 한다. 그런 남편을 요새는 푼수라고 한다.

내 주위에 잉꼬부부로 살아온 훌륭한 커플이 있다. 남편은 의사이고 아내는 약사이다. 남편은 대학병원의 병원장까지 하고 은퇴했다. 병원장으로 일할 때야 전속기사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운전할 줄을 모른다. 은퇴 후에도 의사면허증이 있어 의료관련 시설에서 계속 근무하고 있다. 반 은퇴인 셈이다. 지금은 아내가 출퇴근길을 전담해서 50km의 거리를 운전해줘야만 한다. 모든 일에 아내 의존적이다. 남편은 아내에게 젖은 낙엽 같은 존재이다. 나이가 들고 보니 아내도 남편 뒷바라지가 이제는 힘들고 버겁기만 하다. 그런데도 그 남편은 아내가 없으면  안된다. 어느 날 그 부인을 만났다. 남편이 여행을 떠나 며칠 동안 남편이 집에 없게 되니 신경 쓸 필요가 없고 홀가분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아내한테 의지하고 신뢰하며 살아온 부부라서 이제 떨어져 살 수도 없다. 

그런데 아내가 웃으면서 입을 뗐다. 남편에게 복수하는 최고의 비법이 있다는 것이다. 무엇일까? 궁금했다. 대답은 이것이었다. “껌딱지 같은 남편에게 복수하는 최고 방법은 아내가 먼저 빨리 죽는 것이다.” 남편 곁에서 사라짐으로 아내 없는 불편과 설움을 겪어보라는 것이다. 평생 아내 힘들게 부려먹은 저 인간이 불편하도록 하는 방법인 것이다. 그래서 부부란 평생 함께 가지만 각자 따로 하는 일과 시공간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내들이여! 깨달아라. 비록 내 남편이 아내 껌딱지일지라도 그래도 그 영감 있을 때가 좋을 때인걸….

두상달 장로

• 국내1호 부부 강사

• 사)가정문화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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