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위로와 격려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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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때에 토마토 하우스 농사(農事)를 지은 경험이 있다. 이제 완연한 봄을 맞이하고 있지만 지난 겨울 한파(寒波)도 있었다. 오래전 작은 형님께서 정월 초하루, 정월 보름, 사월 초파일(釋家誕辰日)이 되면 낙동강가나 해운대 바닷가에 가서 신들에게 제사한 자리에서 초를 많이 주워와 토마토 하우스(house)안에 피웠다. 그러면 토마토나 채소 잎사귀가 얼지 않고 그 한파를 견디어낸다. 해가 뜨기 전까지는 효과가 있었다. 

방 안에 촛불 하나만 켜 놓아도 물이 얼지 않는다. 깜깜한 방에 촛불 하나만 켜져 있어도 외로운 밤 내 마음의 그릇에 물이 얼지 않는 것을 느낀다. 시골 한옥집은 대부분 안마당과 바깥마당이 있었다. 주로 화장실은 바깥 마당에 있었고, 아이들은 밤중에 재래식 화장실(통시, 便所) 가는 일이 보통 무서운 일이 아니었다. 그때 호롱불이나 촛불 하나 들고 가면 무서움이 물러간다.

인생을 살다보면 우리 옆에 촛불 같은 사람이 있다. 저 사람 때문에 살아갈 힘이 생기고 저 사람 때문에 내 마음에 얼음이 얼지 않고 녹아지고, 저 사람 때문에 잃어버린 생의 온기(溫器)를 되찾게 하는 꼭 내 곁에 촛불 같은 사람, 자기를 태워 남을 비추어 주고 자기 존재(存在)를 드러내기보다 나의 존재를 귀하게 여기고 어찌 했던 찾아서라도 나를 칭찬해 주면서 나를 귀하고 영광스럽게 빛나게 만들어 주는 촛불 같은 사람, 이런 촛불의 은사를 가진 사람이 집안에 직장에 목장에 교회에 한 사람만 있어도 그 목장(牧場)은 얼지 않을 것이다. 

남을 세워줄 줄 알고, 남을 비추어줄 줄 아는 사람, 이런 사람 한 명만 있으면 그 기관 목장은 따뜻해지고 온돌방처럼 옹기종기 앉아 따스한 이야기를 나누는 아름다운 공동체(共同體)가 될 줄을 확신한다. 4월이 오면 봄 노회가 시작된다. 교회와 노회와 총회 안에 주님만 환하게 비추어 보일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노회가 될 수 있다면 예수님께서는 얼마나 기뻐하실까? 

위로의 아들 바나바는 촛불 같은 사람이었다. 바나바 한 사람이 예루살렘 교회에 있었기 때문에 예루살렘 교회가 따뜻해졌다. 어딜 가나 자기는 감추고 남을 세워주는 바나바 때문에 안디옥 교회가 드러나고 남들이 귀하게 여겨지고 남들을 스타(star)로 만들었던 철저히 숨은 영웅, 그 이타적인 존재로 살았던 바나바가 되어보자. 낮이면 떠 있는 해와 밤이면 휘영청 떠있는 달도 자기를 비추는 해가 없고 자기를 비추는 달이 없듯이, 해가 뜨면 온 만물이 자태를 드러내고 보름달이 뜨면 모든 숨어 있던 것 자체가 자기 모습을 드러내는 것처럼, 해도 달도 들어오지 않는 동굴이나 캄캄한 방 안에서도 촛불 하나 켜면 방 안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그 존재가 다 드러나는 것처럼, 우리도 낮의 해처럼, 밤에 달처럼, 자기를 녹여 어둠을 밝히는 그런 촛불 같은 사람으로 이 봄에 예수의 향기가 있는 꽃을 피워보자. 

우리는 가끔 대리만족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낀다. 요즘 이슈가 된 축구 선수 손흥민 선수와 이강인 선수로 인해 우리는 열광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한다. 손흥민 선수가 세계적인 스타가 되기까지는 그의 아버지(손웅정)의 피땀 흘린 뒷바라지가 있었다. 그의 부친은 축구 하다가 허리를 다친 후 생활고 때문에 온갖 궂은일(일용직 노동자)을 다 했다. 그러면서 그 아들에게 아낌없이 자기의 재능과 기술과 마음 자세를 전승했다. 그래서 오늘날 세계적인 손흥민 선수가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1등에만 관심을 가지고 환호한다. 그러나 마라톤에서 꼴찌로 들어왔을지라도 그 사람을 응원하고 기억하고 박수를 쳐 줄 때에 그 사람이 얼마나 위로를 받겠는가? 어떤 경우에는 꼴찌와 함께 완주(完走)하도록 함께 뛰어주는 선수가 있다면 그보다 더 아름다운 장면이 없을 것이다. 세상에서 실패하고 꼴찌 같지만 최선을 다하는 루저(loser)에게 관심을 가지고 함께 울어주고 함께 웃을 수 있는 교회와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예수 그리스도의 소명으로 헌신하는 이 시대의 바나바가 되어 악한 세상에 위로자로 거듭나자. 바나바는 성령과 믿음이 충만한 사람으로 바나바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주께 더하여지더라고 했다. 약점은 도와주고 부족함은 채워주고 허물은 덮어주고 비밀은 지켜주고 실수(失手)는 감싸주고 장점은 살려주고 능력은 인정해 주는 바나바 같은 멋진 그리스도인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를 품어내자. 

최구영 목사

<총회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조사위원장․부산 감천교회 위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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