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 제국은 발달한 문명과 용맹한 군대를 가진 거대한 제국으로, 남아메리카 서부 지역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1532년 11월 16일, 불과 168명의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이끄는 스페인 군대가 8만 명의 잉카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둡니다. 어떻게 이런 압도적인 병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스페인군이 이길 수 있었을까요? UCLA의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그 이유를 전염병으로 설명합니다. 유럽인들은 가축과 가까이 지내며 치명적인 전염병에 이미 면역력을 갖게 되었지만, 전염병에 한 번도 노출된 적 없는 남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져갔습니다. 결국 아주 작은 세균 앞에 강력한 문명이 힘없이 무너진 사건이었습니다. 또한 잉카에는 무기를 제작할 철이 부족했고, 구석기 시대 수준의 돌 무기는 총과 칼을 든 유럽인들의 화기를 막아내기에 역부족이었습니다.
강력한 문명도 작은 세균 앞에 무너졌다는 사실은 많은 점을 시사합니다. 이처럼 물리적인 힘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는 성경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철기 문화로 무장한 강력한 블레셋 군대는 이스라엘에게 승산이 없는 상대였습니다. 에벤에셀과 아벡에서 벌어진 1차 전투에서 이스라엘은 군사 4천 명이 죽는 참패를 당했습니다. 이들은 패배 원인을 하나님의 법궤를 전쟁터에 가져오지 않은 탓으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전투에서는 법궤를 가져갔지만, 결과는 더욱 참혹했습니다. 군사 3만 명이 죽었고, 하나님의 법궤마저 빼앗기는 굴욕을 당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대제사장 엘리는 충격으로 의자에서 넘어져 목이 부러져 죽고 말았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은 압도적인 힘으로 승리했다고 믿었지만, 그들에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들은 힘을 과시하듯 빼앗은 법궤를 자신들이 가장 강력한 신이라고 믿었던 다곤 신전으로 가져갔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신전에 들어선 그들은 놀랍게도 다곤 신상이 법궤 앞에서 고꾸라져 있었습니다. 마치 다곤이 여호와의 법궤 앞에 절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은 급히 신상을 다시 세웠지만, 다음 날 아침에는 다곤 신상의 머리와 두 손목이 끊어져 문지방에 널려 있었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은 이 상황을 ‘우연’으로 여기고 싶었겠지만,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다곤 신상을 무너뜨린 것은 바로 ‘여호와의 손’, 곧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물리적인 힘이 아닌 ‘여호와의 손’을 붙잡을 때, 비로소 진정한 승리를 얻게 됩니다. 눈에 보이는 강함에 의존하는 대신,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능력을 의지하는 것이 진정한 승리입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 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