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산책] 나운영 곡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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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서 시편(詩篇)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시(詩)가 《시편 23편》이다. 이 시는 다윗 왕이 재야(在野) 시절, 사울 왕에게 쫓기며 긴박한 상황에서 지은 시이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로 시작되는 《시편 23편》은 문학적으로도 훌륭한 내용이려니와 내용에 담긴 영적 깊이가 최고의 경지에 이르는 ‘시’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6.25전쟁이 발발(勃發)했던 1950년의 일이다. 갑자기 남침해온 공산군에 쫓겨 이승만 정부가 부산 인근 진해(鎭海)로 옮겨가게 되었다. 맥아더 사령부에서는 한국 정부를 일본으로 옮기라고 권유했으나 이승만 대통령은 “내가 진해 바다에 빠져 죽을지언정 이 땅을 떠나지 않겠노라”하며 진해를 사수(死守)했다고 한다. 이승만 대통령은 적군들이 쏘는 포 소리를 지척(咫尺)에서 들으며 정부를 이끌었다.

정부가 진해로 옮겨간 후, 첫 예배를 드리던 때였다. 연세대 음대 작곡과 나운영(羅運榮, 1922~1993) 교수가 찬양대 지휘자였다. 나운영 교수는 피난 정부에서 드리는 첫 예배에 찬양을 무슨 곡으로 선택할까를 고심하다 다윗의 고백 시, 《시편 23편》을 친히 작곡해 부르기로 했다. 그리고는 밤을 새워 작곡해서 첫 예배 찬양으로 불렀다. 이것이 나운영 작곡 《시편 23편》이 진해에서 초연(初演)된 과정의 사연(事緣)이었다. 

찬양대가 찬양을 드리기 전에 나운영 지휘자는 신도들 앞에 나가 《시편 23편》을 작곡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는 눈물을 흘리며 성가를 지휘했다고 한다. 찬양을 들으며 대통령 부부도 울고, 찬양대 대원들도 울고 예배에 참여했던 신도들도 모두가 울었다고 했다. 그야말로 눈물의 예배였다. 그리고 찬양대의 성가가 끝난 후 “여호와께서 이 나라를 공산화의 위협에서 구해 주실 것”을 울며 기도를 드렸다. 그런 눈물의 기도가 응답되어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라 하겠다. 

나운영 교수께서는 연세대 음대 학장을 역임하셨는데 회갑이 지날 무렵, 목원대학교 박봉배(朴奉培, 1931~2022) 총장의 삼고초려(三顧草廬) 끝에 목원대학 음대에 부임(赴任)해 정년퇴임까지 5년간 봉직하셨으므로 당시 목원대 영문과에 재직 중이던 문장로도 나 교수님을 가까이 모실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특별히 나 교수님의 장남 나건(羅鍵, 1955~ )군이 신일고등학교 졸업생(5회)이어서 문 교수와 ‘사제지간(師弟之間)’이 되므로 당신께서 문 교수의 ‘학부형’인데 제대로 학부형 노릇을 못한다고 친근한 말씀을 주시곤 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나운영 교수께서는 신일고등학교 초대 교장을 역임하신 장윤철(張允哲, 1908-2003) 영락교회 장로님께서 만년(晩年)에 미국으로 이주하신 것을 못내 아쉬워하셨다. 미국 예일(Yale) 대학에서 공부하신 장윤철 교장님은 영어에 깊은 식견(識見)을 가지신 분이시니 한국에 계시면서 좋은 내용의 영문을 번역하셔서 출간도 하시고 좋은 성가곡 가사도 후학들에게 주셨으면 오죽이나 좋았겠느냐고 자주 아쉬운 말씀을 하시곤 하셨다. 

최근에 나는 이 글을 쓰기 위해 「신일고등학교 총동문회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나건(나운영 기념사업회 이사장)의 전화번호를 확인, 그와 통화하면서 《시편 23편》의 초연(初演)과 관련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건 이사장에 의하면 어린 시절, 자신이 듣기로는 《시편 23편》의 ‘최초 연주’와 관련해 세 가지 ‘초연설(初演說)’이 있었다고 한다. 제1설은 아버지 나운영 교수의 말씀으로 “진해 해군본부교회”에서의 초연 설, 제2설은 김진홍(金鎭洪) 목사님의 증언으로 “이승만 대통령 앞에서”의 초연 설, 제3설은 어머니 유경손(1921~2011) 여사의 말씀으로 “미해군 상륙함(上陸艦)인 LST(Landing Ship Tank)”에서의 초연 설 등 세 가지 ‘설(說)’이 분분(紛紛)했다고 한다.

훗날 아버지께서 호주(濠洲) 교포가 발행하는 잡지 《크리스천 리뷰/1993년 2월호》지(誌)에 실린 인터뷰기사를 보고 나서야 숙제가 해결되었다고 했다. 당시 「진해 해군본부교회」가 「LST 미해군 함정」위에 있었다. 그러니까 ①미해군 LST 함정 위에 있는 ②해군본부교회에서 드린 예배에 ③이승만 대통령께서 동참하심으로 세 가지 초연설(初演說)을 동시에 충족시킨 것으로 드러났다는 재미있는 일화(逸話)를 전해 들었다. 나 교수께서는 정년으로 퇴임하신 이후에도 건강하셨는데 심장마비로 71세에 급서(急逝)하셨으니 서운하고도 아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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