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 본 삶의 현장] 한미성 교장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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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교장은 조 교감을 맞은 지 2년 만에 그를 동사 교장으로 추대하고 모든 일을 그에게 맡기고 이때부터 전북대학과 대전의 대전대학에 강사로 출강하며 곁에서 그의 학교 경영을 지켜보다가 1962년 조세환 교장을 기전 학교 제10대 교장으로 추대한 뒤 1962년 11월 대전대학 교수로 떠나면서 마지막 유명한 등하불명(燈下不明)이라는 훈화를 남겼다. 

거기서 그녀는 기전 학교의 배지를 언급했었다. 이 배지는 촛대의 불빛이 여섯 방향으로 햇살처럼 뻗쳐 나가고 있는 모양의 것으로 햇살 위에는 십자가가 그려져 있었다. 나는 3년을 봉직하면서도 그 배지를 유심히 보고 그 뜻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분은 말했다. 

“저는 기전학교를 생각할 때마다 배지에 나타난 등불을 생각하는데 거기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습니다. 첫째는 지식의 빛이고 둘째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의 빛입니다. 우리 학교가 이 작은 동산뿐 아니라 온 한국 사회를 비추는 등이기를 원합니다. 기전의 등이 지금은 서울 중앙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신앙의 빛과 문화의 빛을 비춰 주고 있는데, 그것은 임영신 여사(본교 출신)가 귀한 손으로 그 등을 가지고 갔기 때문입니다. 또 부산에서, 여수에서, 군산에서, 봉사하는 여러 기전학교 동창생들의 손이 또 그 귀한 등을 들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유학하는 학생들도 그 먼 곳에서 빛을 내고 있을 것입니다. 이 사실로 저는 참으로 기쁘며 아직 세상에 나아가지 않은 학생들에게 이처럼 빛의 역할을 해 달라고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그러나 제가 이 문제를 연구할 때마다 기쁜 생각이 흐려지는 한국의 속담 하나가 있습니다. 

‘등하불명(燈下不明)’

곧 빛의 근원에 가까운 곳은 어둡다는 말입니다. 이 심각한 사실을 생각하면 겁이 납니다. 왜냐면 우리 학생들은 기전 동산에서 날마다 시간마다 예수님 영광의 빛을 잘 볼 수 있는데 등하불명으로 아직도 어둠 속에 있는 학생이 있지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또 온유하고 아름다운 주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그 말씀을 통해서 죄에서 자유를 얻지 못하는 학생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남아프리카의 유명한 어떤 목사님의 아들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정월 달, 제일 추운 한밤중에 나는 이상한 소리를 듣고 잠을 깼습니다. <하나님은 손자가 없다>라는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말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어떻게 생각할 줄 몰라서 며칠 동안 고민했는데 하루는 그 뜻이 갑자기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즉 내 아버지의 믿음이 나를 구원할 수 없고 어릴 때부터 주일학교와 교회를 다닌 그 습관도 나를 구원할 수가 없다. 내가 예수를 안다고 하는 것도 직접 예수를 아는 것이 아니었고 풍문으로 아는 것뿐이었다. 그렇다. 하나님은 손자가 없나니 나는 바로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예수와 직접 관계를 맺고 나의 뜻과 나의 책임으로 예수를 구주로 삼게 되었다’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고 기독교 계통의 학교에 다니는 여러 학생도 이 사실을 노력해서 이해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가진 신앙은 내 부모님의 신앙인지 내가 참으로 그리스도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어 이룩한 신앙인지…….

등하불명! 이 말이 우리에게 좋은 교훈이 되어 우리 학생들은 기전학교에서 나갈 때 그리스도의 사랑과 가쁨의 등불을 가져서 우리 공동 사회에서 또는 대학 캠퍼스에서 직장에서 어디서든지 무엇을 하든지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빛이 되어 비추기를 부탁합니다.” 

정말 한미성 교장은 기전여고와 학생들을 사랑했던 분이었다. 나는 왜 배지가 상징하고 있는 등불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 등불은 직접 예수님을 만난 사람만이 들고 갈 수 있는 진리의 불이었다.

오승재 장로 

•소설가

•한남대학교 명예교수

•오정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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