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의 길] 곁으로

Google+ LinkedIn Katalk +

신학을 전공하셨지만, 대학에서 학생들을 길러내는 일과 주로 책쓰기에 집중하고 있는 김응교의 『곁으로』(새물결플러스)라는 책이 있다. 일부 내용을 소개해 보면, “내가 낸 책 중에 만족하는 책들은 많이 걸어서 쓴 책이다. 

엉겅퀴로 덮여 있는 현장을 찾아가 얻은 영감으로 쓴 글이 진짜 작품이다. 눈물과 웃음이 있는 저 망루, 광장, 탄광, 감옥에서 쓴 메모야말로 집필 자료다. 

중국 연변 시내 큰 도서관이 아니라, 화장실 문짝이 부서진 연변의 어느 변두리 도서관을 찾아가 구석에 박혀 있는 자료를 찾아 쓴 글이 진짜 글이다. 그러니까 발로 써야 한다. 구두가 몽상을 하고, 구두가 산문을 쓰며, 구두가 시를 쓴다. 생각은 걸으면서 얻고, 문장은 골방의 고독에서 새겨진다.”

이력서(履歷書)의 이(履)는 사람이 발에 신는 신발이요, 력(歷)은 지내온 과정이니, 이력서라 함은 발로 밟으며 지나온 과거의 행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김응교의 구두가 몽상을 하고, 구두가 산문을 쓰며, 구두가 시를 쓴다는 말은 진리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도 쉰 살부터 농민, 노숙인들과 ‘함께 지내며’ 『참회록』(1880)과 『부활』(1899)을 썼다 한다. 좀 더 곁으로 다가가고, 함께 머무는 시간의 흔적들이 모여 속 깊은 글로 남는가 보다. 

김응교는 한때, 노숙인을 대상으로 문학 강연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게 됐다. 노숙인들과 함께 4주간에 걸쳐 인문학을 나누며 그들 곁에 머물렀다. 문학 강연 이후 노숙인들이 써낸 글을 심사해 서울시가 문학상을 수여했으며, 수상한 노숙인들에게는 임대주택과 일자리가 제공되었다. 김응교는 스스로가 노숙인들 ‘곁으로’ 가지 않는다면 스스로가 살아온 방식의 한계에 고착될 것을 염려했다고 한다. 그래서 무조건 그 일을 했다 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을 때, 곁으로 다가오는 누군가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는 세상에 꼭 있다. 누군가는 누군가 덕분에 다시 설 힘을 얻게 되는 것, 이게 곁으로의 힘 아닐까? 

‘사회적 영성’이라는 말이 있다. 영성이라 하면 보통, 개인적인 신앙의 차원에서만 사용되는 용어라 알고 있겠지만 사회적으로도 영성의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이론이다. 주변에서 누가 아파하는지, 누가 우울해하는지, 누가 죽어가는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기 위해 누가 옥상으로 올라가는지를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지라고, 그래서 그들이 그렇게 하기 전에 그들 ‘곁으로’ 다가가서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그들의 고통을 함께 아파해 주며 해결해 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하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열린 귀와 따듯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예수님은 사회적 영성이 깊고도 넓은 분이셨다. 세상 모든 사람들의 귀를 다 모은 것보다 큰 귀를 가지고 계셨으며, 세상 모든 사람들의 가슴을 합친 것보다 더 넓은 가슴을 가진 분이셨다. 그렇게 예수님은 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누군가의 ‘곁으로’ 가셨고 누구나 다 기댈 수 있도록 넓은 품을 기꺼이 내놓으셨던 것이다. 경쾌하게 “우리가 다른 가까운 마을들로 가자”(막 1:38)던 그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예수님은 그렇게 늘 ‘곁으로’ 다가가시는 ‘이력’을 남기셨다. 그리 살아볼 일이다. 

소종영 목사

<가장제일교회>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