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리더] 코로나 블루에서 만나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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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끝날 듯, 끝날 듯 끝나지 않는다. 백신이 개발되었다는 희소식은 들리는데 과연 그것이 언제 우리에게까지 올지는 모른다. 내년에도 코로나19의 상황은 계속될 것 같다. 이렇게 끝없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지쳐간다. 

최근 여러 조사들이 이러한 국민들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5월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스트레스에 대한 조사가 있었는데 여기서 19%가 즉각적인 개입이 필요할 정도로 그 스트레스 정도가 심했고, 75%는 재모니터링이 필요한 수준이었다. 이상이 없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불과 6%였다. 그런데 비슷한 조사를 8월 말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즉각적인 개입이 필요한 사람들이 29%로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 1월만 해도 이 유행병은 남의 일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신천지 발 대유행이 시작되며 그 위험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졌다. 결국 예배가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교회의 모임이 규제를 당하게 됐다. 지난 몇 달 동안 우리는 방역단계에 따라서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면서 불안한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모두가 힘든 상황이다. 지난 10개 월 가량은 정말 우리가 상상해 보지 못했던 어려움을 겪었다. 곧 끝날 것 같았던 우리의 기대는 항상 무너졌다. 그 좌절을 겪을 때마다 우리는 깊은 어둠을 걸어야 했다. 더 힘든 것은 이런 어려움 속에서 사람들을 만날 수 없다. 서로가 조심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인들을 만나 풀어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거기에 교회로 모일 수도 없다. 우리의 중심인 교회가 문을 닫았다. 정말 전후좌우가, 심지어 하늘까지 막혀 버린 것 같다. 더구나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배우지 못했다.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상황이기에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어떻게 예배해야 할지, 어떻게 교제를 나누어야 할지를 알지 못한다. 심지어 그 누구도 정답을 제시하며 이끌어 줄 수도 없다. 그들도 이런 상황이 처음이기에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경험에서도, 앞선 자들의 지혜에서도 배울 수 있는 것이 없이 고아처럼 내어 던져져 있는 꼴이다.

요즘 회자되는 이야기 중에 ‘스톡데일 패러독스(모순)’라는 것이 있다. 베트남 전쟁 기간에 8년의 포로생활을 거치고 살아남은, 스톡데일이라는 한 미국 장교의 이야기다. 그가 포로기 동안 살펴보니 어떻게든 곧 풀려날 것이라는 단기적인 희망을 가졌던 사람들은 포로상황을 이기지 못하고 죽었단다. 그런데 포로상황이 오래 갈 것으로 생각하고 그 속에서 투쟁하고 활동했던 사람들은 오히려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다. 이를 보고 학자들이 스톡데일 패러독스라 하고, 희망의 모순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우리도 곧 끝날 것이라는 희망으로 10개월을 지냈다. 그러나 끝이 나지는 않았다. 앞으로 언제 끝날지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단기적 희망은 우리에게 소망을 주지 못한다. 그동안 겪었던 좌절들을 생각해 보면 그게 더 큰 실망을 준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이제는 장기적으로 보고 우리의 삶을 추스려야 한다. 힘들지만 이 가운데서 우리의 일상을 만들어야 하고, 이곳에 우리의 의식(ceremony)를 만들어야 한다.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고, 그의 가르침에 순종해야 한다. 이렇게 우리의 장막을 펼쳐나갈 때 승리의 흰돌을 얻으리라 믿는다. 

조성돈 교수

·실천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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