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수상] 견제와 균형의 원칙 ③

Google+ LinkedIn Katalk +

본사는 컨트롤타워로서 전산으로만 공장을 체크하도록 했다. 행정에 시간이 걸리지 않도록 신속하게 진행하게끔 한 것이다.
각 공장마다 경영 실적을 판단할 수 있는 폼을 간단하게 만든 것도 주효했다. 기업 전체의 재무회계는 전문 관리자가 하면 되는 것이고 공장은 복잡한 세무가 아닌 관리회계만 잘하면 된다. 이 말인즉슨 한 달 업무가 끝나면 최소한 5일 이내에 경영 실적을 판단해야 다음 달 계획을 수정해 반영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공장 관리자들에게 쉬운 관리회계 폼을 작성하여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큰 수치 세가지, 즉 매출, 매입, 인건비만으로 어느 정도 수치를 짐작하면 지난달에 비해 더 좋아졌는지 아닌지 판가름할 수 있다. 회계를 공부하지 않아도 쓸 수 있을 폼을 만들어 스스로 계산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었더니 경영 실적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과연 신속함이 정확성을 이길 수 없었다.

흩어져 있는 공장 직원들에게 책임 권한도 주었다. 모든 공장의 공장장과 본부장을 선정해 그들에게 모든 권한을 주고 자율적으로 운영하게 했다. 적자를 내지 말란 단서가 붙어서 무서울 수도 있을 텐데 오히려 자율적인 운영과 책임 권한을 주었더니 지금껏 국내외 10개 공장에서 흑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요즘엔 SNS 발달로 신속한 연락망을 구축하여 항상 소통이 가능하도록 의견 교류의 창도 열어놓는 등 다각도로 회사를 살핀다. 이 과정에서 아무래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때는 직접 현장을 찾는 식으로 일하면서 안정된 구조가 정착되었다.

인재에 대해서도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적용했다. 회사를 재창업하면서 사실 가장 신중을 기했던 부분이 재무관리였다. 한 번 뼈아픈 고초를 겪었던 터라 누구에게 재무관리를 맡기는 게 좋을지 숙고의 시간을 가졌다. 어떤 이들은 차라리 직접 관리하라는 말을 하기도 했지만 그건 반대였다. 재정은 기업에 아주 중요하고 근간이 되는 것이지만 다른 업무에 비해 상당히 전문적이고 독립적이다. 회사의 대표가 재정까지 맡는다면 다른 업무에 독립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기에, 꼼꼼하고 숫자에 민감한 여성 인재를 채용했다.

엔지니어가 대부분인 곳에 여성 인재를 채용한 것은 어떤 면에서 파격이었으나, 신기하게도 그렇게 여성을 채용하기 시작하면서 회사 내 업무 중 여성이 맡는 업무가 많아졌다. 인재에 있어서도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적용한 셈이 되었는지, 지금까지 우리 회사는 남녀 고른 인재가 서로의 고유한 분야를 인정해 주며 안정적으로 일해나가고 있다.
견제와 균형, 이 원리는 정치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과유불급이라 하여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이 고사성어를 사용하며 과하게 넘치는 삶을 지양하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힘이 한곳으로 쏠리는 것을 견제하고, 골고루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균형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살아보니 기업 현장에서도 그렇다. 힘이 편중되는 것을 견제하되 균형 있는 발전을 추구하지만 그렇다고 N분의 1의 균형이 아닌 각 분야의 고유성을 인정한 균형을 살피는 것이 정말로 경영인이 해야 할 일이란 생각이 든다.

강국창 장로
• 동국성신(주) 대표이사
• 가나안전자정밀(주) 대표이사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