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지혜] 오징어 게임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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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이라는 9부작 드라마에는 네 가지 반기독교적 요소가 들어 있다. 첫째로, 엄마를 때리고 딸을 성폭행하면서도 죄를 사해달라고 기도하는 지영이 아빠 목사의 위선적 종교 생활이다. 둘째로, 244번 참가자가 줄다리기 게임을 통하여 살인을 한 뒤에 살아남았다는 것에 대한 감사 기도를 하고, 징검다리 게임에서도 다른 참가자를 밀어 떨어뜨린 후에 “주님,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하는 이기적 신앙이다. 

셋째로 마지막 게임에서 1번 참가자가 최종 승리하는 시간을 크리스마스 이브 자정으로 하고, 승리의 순간 성탄을 알리는 종이 울리게 설정하였다. 이는 신성모독에 가깝다. 넷째로, 마지막 승자 기훈이 눈이 가려지고 양손이 뒤로 묶인 채 비오는 거리에 버려지는데,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외치던 한 전도자가 기훈에게 다가와 안대를 벗겨주며 안부를 묻는 대신, “예수 믿으세요.”라고 하였다. 이는 기독교가 사람을 전도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에 대한 풍자이다. 

이 <오징어 게임>의 반기독교적 정서에 대하여 기독교는 몇 가지 반응을 보인다. 첫째는 작가에 대하여 기독교 폄훼에 대한 비난을 가한다. 둘째는, 기독교인의 윤리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이다. 셋째는 이 드라마가 주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자괴감과 절망이다. 나아가서 이 드라마를 설교에 인용하는 목사들도 있다. 구닥다리 같은 소재가 작가를 잘 만나 최고의 아이콘으로 변모한 것을 성경과 연결시켜 희망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모두 중요하지 않다. 오징어 신드롬을 보며 기독교가 할 일은 문화에 잘못된 방향을 반성하는 것이다. 가령 영화 분야에서 기독교는 세인들과 공감할 작품 하나를 만들지 못하였다. 가령 ‘손양원’이나 ‘주기철’ 등을 주제로 하여 기독교인들끼리만 소통하고 감동하는 작품 밖에는 없다. 그러나 가톨릭이나 불교는 다르다. <두 교황>이나 <만다라> 등 수많은 작품이 종교의 치부를 드러내면서도 세인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명작이다. 

왜 이럴까? 문화 상품을 만드는 인재를 양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문화를 선교의 도구로 우대하지 않는다. 교회 개척하고 선교사 파송하는 데는 돈을 써도 문화를 만들어내는 일을 선교라고 여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현대는 문화와 미디어의 시대이다. <오징어게임> 하나의 영향력이 일만 편의 설교를 능가하는 시대라는 말이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강남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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