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역사를 바로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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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광복회장이란 사람이 ‘미군=점령군, 소련군=해방군’이라는 말을 한 바 있다. 그런데 이재명 여당 대통령 후보가 방문한 미국 상원의원에게 “한국이 일본에 합병된 것은 미국이 가쓰라-태프트 협약을 통해 승인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가 일제(日帝)에 강점당한 근본적인 원인은 나라를 스스로 지킬 힘이 없었기 때문이었는데 이 후보는 마치 그 책임이 미국에 있는 것처럼 미 상원의원에게 따진 것이다. 가쓰라-태프트 협약은 1905년 일본의 가쓰라 총리와 미국의 윌리엄 태프트 육군 장관이 한반도와 필리핀에 대한 상호 지배권을 인정한 구두 합의다. 이 합의가 실제로 정식 협약으로 성립되었느냐 여부를 떠나 단세포적인 그의 언행은 한국 대통령 후보로서 적절한 말이 못된다. 굳이 원망을 표하고 싶었으면 영국을 지적했어야 했다. 영·일 동맹으로 일본이 해양강국이 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조선은 얼마나 무기력했는지는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몰려오는 외세에 당당하게 대처하기는커녕 어느 나라 품에 안길지를 저울질하다가 러시아에 스스로 볼모로 잡히더니, 끝내 일본에 비겁스럽게 통치권을 스스로 넘겨준 것이다. 회상하면 당시 한국땅에서 벌어진 청·일 전쟁(1894~1895)에서 함포사격 총사격 등에 의해 일본군 전사자는 8,400여 명, 청군(靑軍) 전사자는 35,000여 명이 발생했었는데 창·검 무장의 조선군대는 왕비(민비)가 궁(宮) 안에서 일본 낭인에 의해 시해당해도(을미사변) 구경만 했고 고종은 외국 공사관으로 도주했다. 가쓰라-태프트 밀약설은 약자의 서글픔을 읽기보다는 강자의 우월함에 동조하는 19세기 강식약육의 제국주의적 시각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말일 뿐이다. 참으로 비참한 조선의 안보였다. 회상할수록 부끄럽다. 당시 미국등 세계가 바로 본 것은 바로 그러한 조선의 허약한 모습이었다. 대한제국이 일제에 잡혀 먹힐 때 당시 황성신문 주필 장지연(1864~1921)의 「是日也放聲大哭(시일야방성대곡)」의 글이 기억된다. 「아! 원통하고, 분한지고! 우리 2,000만 노예된 동포여! 살았는가? 죽었는가? 단군 이래 4,000여 년의 우리 국민정신이 하룻밤 사이에 홀연히 망하고 말았는가? 원통하고 원통하다. 동포여, 동포여…」

이에 이스라엘 지도자의 장렬한 최후의 안보관을 대선후보 이재명… 등 한국 정치인들에게 부치노니 참고하기 바란다. 이스라엘은 기원전 63년부터 로마의 종속적 지배를 받아오다가 서기 66년에 독립 전쟁을 벌였다. 예루살렘이 점령당하고 유대인 110만 명이 살육을 당한다. 그러나 일부 열심당원들과 가족 1,000여 명은 사해 인근에 있는 마사다 요새에서 최후의 항전을 했다. 로마군이 2년여 동안이나 공격을 했지만 점령이 어려웠다. 비록 소수이지만 저항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로마군은 마침내 노예들을 앞세워 경사로를 쌓아 올렸다. 마침내 다음 날이면 로마군의 총공세가 예고된 상황에서 유대인 지도자 엘르아살은 960여 명의 동지들에게 마지막 연설을 한다. “형제들이여, 이제 날이 밝으면 우리의 저항도 끝날 것입니다. 우리의 독립의지를 보여줄 때가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아직 자유가 있을 때 명예로운 최후를 맞이합시다! 우리 아내들이 저들에게 욕보임을 당하지 않은 채로 죽음을 맞게 합시다.” 이 비장한 연설에 모두가 거듭 하나가 되었다. 자살을 금지하는 그들의 율법에 따라 남자들은 처자식과 이별의 포옹을 나눈 뒤 자신이 가족들을 죽였다. 남자들만 남게 되었을 때에 제비로 뽑힌 10명이 나머지 남자들을 죽이고 제비로 뽑힌 최후의 한 명이 나머지 아홉 명을 죽였다. 자신은 칼에 엎드려 자결했다. 다음 날 아침 로마군이 성문을 부수고 쳐들어 왔을 때 그들은 허망한 승리를 맞아야만 했다. 오늘 이 마사다에는 젊은 이스라엘 군인들은 물론 모든 이스라엘 청소년들이 외치는 “마사다 로 오드 파암!”(Masada Never Again) 함성이 끝없이 메아리치고 있다. 쓰라린 역사를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기억하여 반복하지 않는다는 저들의 함성이다. 그들은 오늘날 마침내 세계 최대 강국 미국 금융계를 점령하는 등 사실상 세계 정치를 지배하게 이르렀다. 한국 대통령 후보들이여! 참혹한 우리 역사를 바르게 기억하시라 성경은 ‘사랑하라’, ’감사하라‘는 말 외에 또 하나 있다. ‘기억하라(바르게)’이다.

김동수 장로

<관세사•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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