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은퇴해외선교사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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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전후하여 우리나라 기독교가 크게 부흥할 적에 많은 교회들이 남녀 선교사를 해외에 파송했다. 동·서남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판이한 문화권에서 해외선교사들은 젊음의 열정과 성령의 인도에 따라 역경을 무릅쓰고 복음을 전파했다. 반세기 가까운 세월이 가고 여러 해외선교사들도 사역을 현지인이나 후배들에게 맡기고 은퇴하는데 그동안 한국 교계와 이들을 파견했던 모교회들의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돌아오는 이들에게 평강의 은퇴생활이 쉽게 보장되지 않는다. 특히 독신 여선교사들이 여생을 보낼 거처를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올해 97세이신 장신대 주선애 명예교수님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시고 2019년 이래 큰 노력을 기울여 대단한 일을 이루셨다. 강원도 원주시 문막에 『해외독신여선교사 은퇴관』이 세워져 지난 11월 초 개관예배를 드렸는데 이 귀한 시설이 주선애 교수님의 주도로 설립된 것이라고 한다.

높은 연세에 한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어려우실 텐데 사업 추진 그룹을 구성하고 부지를 확보하는데서부터 공사비를 마련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주교수님이 몸소 관여하여 차질없이 계획을 완수하였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그동안 서울 강동구의 자택과 양평 용문에 있는 전국 여교역자연합회 복지재단 안식관 그리고 건축 현장을 수시로 왕래하셨다는 기사에는 교수님이 공사비 가운데 4억원이 넘는 돈을 사재로 부담했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1,240여 개인, 교회, 회사가 여기에 힘을 보태어 준공에 이르렀고 해외에서 오랜 선교활동을 마치고 귀국한 독신 여자 선교사 몇 분이 벌써 입주 준비를 마쳤다고 하니 교계 전체가 크게 축하할 일이다. 가평에도 귀국하는 은퇴선교사를 위한 거처를 마련하는 사업이 연전에 시작됐는데 결코 간단치 않은 일이니 모든 교회가 이번 문막 여선교사 은퇴관의 개원을 계기로 이런 공동의 과제에 힘을 모아야 하리라.

은퇴관을 소개하는 기사를 보니 6.25때 순교한 목사님의 후손이 교회를 지으려고 맘먹고 보존해 온 땅을 선뜻 내놓아 그 1,150평 대지에 벽돌로 생활시설 26실을 짓고 한 면은 자그마한 목조 채플로 꾸몄다. 입주한 은퇴자들은 파송을 앞둔 선교사들과 만나 함께 예배, 기도, 훈련도 할 수 있도록 했으니 참으로 유용한 시설이 되겠는데 앞으로 이와 같은 복합 생활관을 찾는 귀국자들을 위해 더 큰 규모가 필요하게 되겠다. 

주선애 교수님의 일생은 하나님의 계획에 꼭 맞추어 짜인 것임에도 너무나 힘든 조각들로 되어 있어서 동시대의 기독교인으로서 죄송한 생각이 들 정도이다. 1924년 평양의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젖먹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스스로도 결혼 이듬해에 남편과 사별한 후 6.25전쟁 전에 38선을 넘어 남으로 내려와 일하며 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미국 유학 후 1966년부터 22년간 신학대학 교수로 봉직하고 은퇴하였다. 주 교수님은 교직을 은퇴하고서 더욱 활발한 교계활동을 시작하여 여전도회 전국조직을 지도하는 한편 탈북자들의 교육과 선교에 큰 힘을 기울였다. 그리고 9순에 이르러 독신여자선교사의 집을 지었다.

첫 입주자인 김영자 선교사는 인도에서 40년을 사역하고 돌아온 분이다. 그동안 친지, 친족의 집 신세를 많이 졌고 찜질방에서 기거한 적도 있다고 한다. 김 선교사는 2019년 일시귀국 때 주 교수님 댁에 머물었는데 이때 두 분이 여성선교사은퇴관을 구상했다고 한다. 

김명식 장로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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