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지성] 하나의 소원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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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영세장로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그 교회는 서울에서 육사가는 쪽의 중화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1969년 9월 7일에 김종수 목사님이 창립한 교회이다. 필자는 2009년에 그 교회에서 원로장로로 은퇴하였다. 그로부터 수년 전부터 그 교회 고등부 보조교사를 하면서 예배 후 ‘사랑의 천국방언’을 복창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 그런데 2022년 7월 3일 고등부 예배가 끝난 후 그 교회 총무 조하늘 선생님이 내게 다가오더니 장로님 7월 1일이 생신이시죠? 그러면서 생일축하를 해 드린다고 학생들 앞으로 나오시라고 하였다. 생일축하 순서를 시행하기에 앞서 사회자가 ‘장로님 하나의 소원이 있다면 무엇이세요?’라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서슴없이 ‘남북통일’이라고 했다. 그때 나는 ‘사심을 버려야 통일할 수 있다’고 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 분단된 오스트리아(1955), 베트남(1975), 독일(1990), 예멘(1994)이 모두 통일되었다. 전쟁이든 평화든, 둘이 하나가 되었다. 

한반도가 분단된 지 올해로 77년이 되는 해이다. 분단된 나라들이 모두 통일되었는데, 오직 남‧북한만이 통일이 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참으로 어려운 여건에 있다. 백두산에서 압록강 하류까지 2천리이고, 백두산에서 두만강 하류까지 1천리이다. 3천리를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고, 두만강 하류는 러시아 연해주 쪽과 접하고 있다. 남쪽으로는 일본과의 이해관계, 그리고 제2차대전 후 대한민국 건국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미국이 있다. 한반도 주변 4강과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대한민국은 한반도에 살고 있는 남북한 국민들의 특별한 통일의식이 없이는 실로 통일되기 어려운 여건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통일 전문가인 국민대 국제학부 안드레이 란코프(Andrei Lankov) 교수는 2030년까지 한반도가 통일이 되지 않으면 영구분단될 소지가 크다고까지 주장하였다. 

그렇지만 필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남북한 국민들의 강한 통일의식과 주인의식을 강조하고 싶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것은 동독 쪽에서부터 망치를 들고 나섰다. 당시 프랑스와 영국은 강하게 독일통일을 반대했다. 하지만 동‧서독 국민들은 분연히 일어서 민권폭발의 결실로 통일을 해냈다. 한반도의 여건이 아무리 어렵고 장애물들이 많을지라도 모든 사심(私心)을 버리고, 주인의식(主人意識)을 가지고 동‧서독 국민들처럼 분연히 일어서 휴전선 철책을 부수고, 민권폭발(民權暴發)로 통일을 해내겠다는 강한 통일의식이 남‧북한  동포들에게서 일어난다면 통일은 빨리 올 수도 있을 것이다. 혹자는 북한의 현실을 너무나 모르고 하는 환상적인 주장이라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사실상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는 김정은 지도자와 그를 추종하는 이념의 골수분자들이 외고집을 버리는 용기가 뒤따라야 한다는 말이다. 마음을 비우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고 자기희생이 절실하게 요청된다. 인류역사를 되돌아보면, 독재자들은 막다른 골목까지 권력을 놓지 않고 버티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4‧19혁명 때, 이승만 대통령처럼 국민이 원한다면 하야하겠다는 지도자는 극히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하물며 3대에 걸친 북한 독재정권을 쉽게 무너뜨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난제 중의 난제다. 하지만 1919년 3‧1운동이나 1960년 4‧19혁명 때처럼 국민들이 독재와 불의에 대하여 거국적인 저항권 발동이 남‧북한에서 일어난다면 아무리 강한 독재정권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한민족은 독일의 게르만 민족 못지 않게 위대한 민족이다. 통일은 김정은의 손안에 달려있어야 하는 것이 결코 아니고 남북한 국민의 바른 민의(民意)에 달려있어야 할 것이다.    

조인형 장로 

– 영세교회 원로

– 강원대 명예교수

– 4.18 민주의거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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