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산책] 차범근 찬가(車範根 讚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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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유명한 시인이자 작가인 《에크하르트 헨샤이트(Eckhard Henscheid, 1941~ )》는 지난 1980년 『차범근 찬가(Hymne auf Bum Kun Cha)』를 공개해 ‘차붐’의 축구에 찬사를 보냈다. 축구애호가인 그는 지난 1979년 프랑크푸르트 입단과 동시에 12골을 몰아친 동양인 선수에 매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찬사 한 편의 시는 총 10개의 연(聯), 5500여 자(字)의 분량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차붐’과 그의 조국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헨샤이트는 이 시에서 “차붐, 동방에서 온 친구여, 그대는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라네. 독일은 그대의 제2의 고향” “용맹한 코리아여, 그대들이 우리에게 ‘차붐’을 보냈도다”라고 ‘차붐’과 한국에 대한 감사의 뜻을 노래하고 있다. 또 다른 연에서는 “당신의 플레이를 처음 본 순간 우리의 심장은 마법에 걸렸노라.” “흑백 축구공의 노련한 예술가 ‘차붐’이여”라며 찬사를 보냈다. 그는 ‘차범근’의 축구를 예술과 동일시했다. 독일 언론은 ‘범’과 발음이 비슷한 ‘붐’(독일어로 폭발음을 나타내는 의성어)을 따서 ‘차붐’이라고 불렀다.

헨샤이트는 무엇보다 ‘차붐’의 페어플레이 정신을 높게 평가했다. ‘차붐’은 분데스리가 308경기에 나서며 단 1장의 ‘옐로우 카드’만 받을 만큼 페어플레이를 펼친 것으로도 유명하다. 헨샤이트는 또 “페어플레이 정신은 차범근의 종교” “내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 당신을 찬양하고 싶소”라고 읊었다. 다음은 헨샤이트의 독일어 원시(原詩)를 우석대학교 김원익 외래교수가 번역한 《헌정시(獻呈詩)》의 내용이다.

아름다워라, 어머니 자연이여, 당신의 피조물의 모습은, 원대한 뜻을 품게 하였으니, 소년을 꿈꾸고, 생각하고, 또한 만들어낼 수 있는, 그 젊은이의 빠르고, 혼이 깃든, 경쾌한 발을 지닌. 그가 민첩하게, 쏜살같이, 윙윙대며, 멈칫하다, 이내 질주하니, 축포를 쏘고 축제를 벌이며, 프랑크푸르트인들의 뜨거운 가슴에 환희의 불씨를 지폈노라. ‘차범근!’ 동방에서 온 친구! 당신은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노라. 귀화도 당신에겐 쓰라린 운명이 아니노라! 당신은 고향을 찾았으니, 제 2의 고향을!

축구신의 은총은 놀라워라. 아무도 몰랐노라, 언제, 그리고 어디서, 그가 푸스카스와 펠레와 겜페스 후임으로 선택받은 자를 새로 보내줄지. 하지만 신은 학수고대하는 자신의 백성을 잊지 않고, 인도와 갠지스 강을 건너 아주 먼 나라로 탐색의 눈초리를 번뜩였노라. 그곳에는 오래전부터 남자들의 기상과 고상한 기운이 꽃피고 있으니. 용맹스런 코리아여! 당신은 우리에게 ‘차’를 보내주었노라! [中略]

흑백 공의 노련한 예술가여! 코리아에서 온 당신만이 패스가 날카롭도다. 당신은 서슴없이 패스를 날리니, 짧은 패스, 드루 패스, 크로스 패스 할 것 없이! 우린 보았노라, 당신에게는 백 패스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당신은 보여주었노라, 머나 먼 아시아에도 노련한 페인트 모션이 있다는 것을! 더구나 비정통적인 트릭은 적수를 놀라게 하노라, 아직 국내에는 알려지지 않았으니. 물론, 그 트릭은 표범의 술수와는 다르니, 아시아의 교활은 절대로 노쇠하지 않도다. 페어플레이는 차범근의 종교로다!

아, 당신을 볼 때마다 눈은 즐겁구나! 당신은 잽싸게 왼쪽으로 공을 몰아, 두 발을 벌리며 가로막는 스토퍼를 과감하게 따돌리고, 마법의 발로 리베로를 무색하게 만드노라, 그것도 가볍게! 오위포리온을 연상시키고, 부드러운 영양(羚羊)과도 비교될 정도로, 당신은 골문을 향해 드리블하며 폭탄을 날리기 위해 발의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노라. 당신의 멋진 강슛은 일명 “해머 박사”라고 하는 베른트 니켈스 이후, 거의 망설임이 없으니. 듣기에 당신은 그와도 우정의 다리를 놓았노라, 인간적으로도! 마음이 아름다운 이여! 측면 양 날개에서 야간조명등의 집중세례를 받으며, 지금은 갑자기 오른쪽에서, 개인기의 달인이여, 풍요의 뿔 같은 존재여! 칠흑 같이 검어, 매우 아름다운 세라프 천사의 머리칼이여! 성스런 밤, 응원용 “목관악기”를 불며 당신의 더블패스를 보노라! 송곳 같은 드리플 패스도! 동방의 수호신이여! 지복(至福)한 코리아여!

‘차’는, 그가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紙에서처럼 ‘차범근’으로 불리든, 혹은 “파쯔”紙에서처럼 ‘범근차’로 불리든, 혹은 “빌트”紙에서처럼 ‘차붐’으로 불리든, 당신 ‘차’는 독일이 알고, 아시아가 알고, 세계가 아노라. 영원한 코리아여! [後略]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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