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고아들의 벗, 사랑과 청빈의 성직자 황광은  목사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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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도구가 되게 하소서 < 2> 

어머니와 며느릿감 ②

어머니 세상 떠났다는 전보 날아와

불효막심하다는 생각에 한없이 울어

800명 고아 있는데 울고만 있을 수야

어머니 산소서 뛰어와 성탄절 축하 사회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오던 12월 중순, 황광은을 비롯한 한국보육원 선생들은 800여 명의 어린이들에게 예수님 탄생의 기쁨을 전해 주려고 여러 가지 준비에 몹시 바빴다. 밤늦게까지 사무실에 모여 앉아 카드도 만들고 선물도 싸고 축하회 순서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던 12월 19일, 그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전보가 부산에서 날아온 것이다. 그는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에 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그때의 심정을 그는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어머님이 날 기다리시며 몇 번이나 찾으시다가 운명하셨습니다. 그날 밤은 참으로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러나 어머니는 다 알고 가셨어요.

저녁 다섯 시 배에 뛰어올라 밤새 한잠 이루지 못하고 나는 갑니다. 어머님 계신 곳으로. 관을 붙들고 울어댔자 별 수 없으니까 난 울지 못하겠어요. 어떻게 내가 울고만 있을까요.

그러나 황광은은 흔들리는 배 안에서 어머니를 생각하며 밤새도록 울었다.

네 아들 가운데 둘째 아들, 다른 아들보다 몸이 가장 약했던 탓도 있지만, 어머니의 각별한 사랑을 받아오던 아들이었다. 그 아들이 어려서부터 유별나게 행동하는 데 대해 늘 애처롭게 여기면서도 가장 깊은 이해를 가지고 협조해주시던 어머니였다.

(아들의 희생적 삶이 너무 안타까워 만류하고 싶었다가도 하나님께 바치겠다고 한 약속을 기억하고 기도해주시던 어머니. 그 어머니가 아들을 그리다가 한번 보시지도 못하고 영영 떠나가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아들인 그의 마음은 불효막심하다는 자신의 죄가 자꾸 생각나서 한없이 울었다.

부산에 도착한 즉시 황광은은 상복을 입고 장례식에 참석했다. 아들이 장가들기를 그렇게도 소원했건만, 삼십이 되도록 그 소원을 어머니 생전에 이루어 드리지 못한 것이 너무나 죄스럽게 느껴졌다.

 

무덤 속에 파묻히는 관자(棺子) 위에 ‘황광은, 김유선’ 이렇게 썼다. 생전에 결혼해 보여 드리지 못한 며느리를 관에나 쓰면 좋을는지.

 

그의 일기 가운데 한 대목이다. 이제는 돌아가신 어머니 소원대로 결혼을 하겠다는 보고를 드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심경이었던 것이다.

그는 산에서 내려오는 길로 형 황태은 장로에게 “800명의 부모없는 아이들이 있는데, 나만 서럽다고 울고 있을 수야 있겠습니까?”하며, 상복을 벗어 놓고는 그 길로 부두로 직행했다. 그리고 배를 타고서 제주도로 향했다.

그런 동생의 태도를 형 태은 장로는 좀 섭섭하게 생각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뒷날 광은의 그 날 일기가 발견되면서, 그의 속으로 묻어 버리던 슬픔을 생각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고 했다.

그 날의 일기는 다음과 같은 말로 끝맺어져 있다.

산에서 내려오며 배를 탔다. 뱃간에서 실컷 울었다. 아, 사람들 없는 데가 좀 있었으면 좋겠는데…

크리스마스 축하회의 사회를 했다. 모든 아이들이 기다리는 크리스마스이기 때문에 내 어머니 산소에서 이렇게 뛰어왔지요.

나는 웃으며 그대들을 맞아 줍니다. 내 속에는 눈물이 가득 찼어요. 나는 속으로 울지요. 어린 동생들이여, 잘 자라요.

‘어머님께 드리는 기도’

황광은 목사는 뒷날 ‘어머님께 드리는 기도’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글을 쓴 일이 있다. 그 기도에서 우리는 어머님에 대한 그의 감정을 충분히 헤아려 알 수 있다.

나의 어머님! 어머님이 내게 주신 몸과 뼈와 살 그리고 마음과 머리, 이 모든 것에 나는 감사합니다.

내 오늘 있음은 모두 다 나를 낳으신 어머님 당신이 주신 것입니다. 나를 낳아서부터 나에게 기울여 주신 어머님의 헤아릴 수 없는 사랑에 나는 감사합니다.

나를 이끌어 주신 어머님의 손, 나를 가르치신 어머님의 음성, 나를 품어 주신 어머님의 품, 나를 감싸주신 어머님의 팔, 나를 편히 쉬게 해 주신 어머님의 무릎, 이 모든 것에 나는 감사합니다.

나 오늘 있음은 모두 다 나를 기르신 어머님이 계신 때문입니다. 아침에는 미소로, 저녁에는 입맞춤으로, 밤낮없는 사랑에 어머님 나는 감사합니다.

오늘 이같이 나 있음은 나를 뒤받들어 주신 어머님이 계신 때문입니다. 나를 믿어 주시고 나에게 희망을 가지셨던 어머님의 믿음과 사랑에 어머님 나는 감사합니다.

나에게 주신 어머님의 칭찬과 꾸중, 내게 일러 주신 옳은 일과 날 위해 베푸신 영광에 나는 감사합니다.

제가 오늘 이같이 사람됨은 나를 가르치신 어머님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머님! 제가 끼쳐드린 뼈저린 수고와 실망을 용서하십시오.

어머님에게서 기력을 빼앗고, 어머님을 위험 속에 몰아넣고, 설움과 고통을 당하게 한 저를 어머님 용서하십시오.

내가 빚어 놓은 두려움과 근심과 그리고 걱정을 어머님 용서하십시오.

내가 어머님께서 빼앗은 즐거움, 지어 드린 고생과 내가 빼앗아버린 모든 시간과 세월을 어머님 용서하십시오.

 내가 어머님의 속을 애태우게 한 시간, 반가워하지 않았던 시간, 내가 어머님께 드리지 못한 사랑을 용서하십시오.

나의 성냄과 심술과 속임과 그리고 거역으로 내가 끼쳐 드린 고통과 서러움을 어머님 용서하십시오.

나는 어머님의 가르침을 받지 않았고 어머님의 소원을 풀어 드리지 못하였고, 또 어머님의 명령을 순종하지 않았나이다.

어머님께서 약하심에도 불구하고 애쓰던 날의 숭고함을 잊고 내 젊은 날의 자만과 힘의 자랑을 용서하시고, 나의 게으름과 이기심과 아직도 갚지 못한 어머님의 위대한 사랑의 큰 빚을 어머님 용서하십시오.

내 사랑하는 어머님!

나를 용서하십시오.

평화와 기쁨이 어머님께 영원히 있기를 빕니다. 아멘.

일주일간의 침묵

해가 저물면서 황광은은 결혼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워낙 말이 많은 사회라 그도 역시 측근으로부터 많은 말을 들었다. 때문에 그는 몹시 고민했다. 어머님의 뜻만을 위해서라도 결혼을 해야 할 터인데 말이 많은 것이다. 그 무렵에 그는 일기장에다 다음과 같이 기나길게 자신의 심정을 적어 놓았다.

김희보 목사

· ‘人間 황광은’ 저자

· 전 장신대 학장

· 전 한국기독공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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