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의 길] 심방 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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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가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목회 활동이 있다. 교회 전체 성도들의 가정을 목회자가 심방권사님들과 함께 방문해 가정예배 드리는 심방이다. 

전통적인 목회 활동으로 봄, 가을 2회에 걸쳐 성도들의 가정을 방문하는데, ‘대심방’이라고 불렀다. 이 대심방은 목회자의 정규적인 심방이다. 이 대심방 때는 모든 성도들의 가정이 비상이 걸린다. 목회자와 성도들이 방문하는 심방이다 보니 집을 정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대심방에 맞춰서 일 년에 두 번 집을 대청소한다고 우스개 소리를 하는 성도들도 있다. 

심방에 맞춰 가정을 대청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심방대원들을 접대하기 위해 다과를 준비하고 점심식사를 준비하는 일은 가정에서 보통 일이 아니다. 전에는 점심식사도 가능하면 성도들의 가정에서 정성스럽게 준비해 대접했다. 지금은 거의가 집에서 준비하기보다는 식당에서 대접하는 일이 더 많다. 문제는 접대에 열중하다 보면 심방의 본질에서 벗어날 때가 많다. 점심식사가 중요한지 예배가 중요한지 본질이 흐려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나온 말인지 몰라도 목회를 먹회로 표현하기도 한다. 진수성찬 차려놓은 음식을 성의 없이 먹으면 서운하다고 하고, 주는 대로 다 먹으려니 힘이 들기도 하고 사실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지금은 식당에 미리 예약해서 대접하는 풍토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대접받는 목회자의 입맛과는 전혀 다른 식당에 예약을 해 놓고 대접하는 성도들도 있다. 무조건 비싼 식당을 선호한다. 그것이 대접을 잘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대접은 대접받을 상대방의 입맛과 취향에 맞추는 것이 가장 잘 대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교회는 오랫동안 훈련을 거쳐서 교회생활에 정착된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이 바로 심방때 심방대원을 대접하는 방법이다. 식당 선택에 대한 주도권을 완전히 목회자에게 넘긴 것이다. 성도들이 절대로 미리 예약하지 못하게 했다. 식당은 목회자가 정하는 대로 한다. 그것이 가장 잘 대접하는 것이다. 목회자가 그날 먹고 싶은 식당을 정해서 가면 되는 것이다. 이러는 데는 사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대접하는 성도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 목회자를 대접하려고 하니 부담이 되는데도 무조건 비싼 곳으로만 모시려고 한다. 잘못된 생각이다. 심방을 하다 보면 어떤 때는 정말 짜장면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때 짜장면을 대접하면 가장 잘하는 것이다. 성도들 가정의 주머니 사정은 사실 목회자가 가장 잘 안다. 그러기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목회자가 식당을 정하도록 하면 서로 피차 편안한 식사가 된다. 

나는 우리 집사님이 운영한 식당이 가장 맛있고 가장 편하다. 그런데 대접하는 성도들은 왜 그 집만 가느냐고 불평들이다. 더 좋은 데로 더 비싼 데로 가시라고 조를 때가 있다. 대접은 대접받는 사람이 가고 싶은데 가게 하는 것이 가장 잘 대접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내 생각대로 한다. 비싼 식당, 품격있는 식당, 나도 다 안다. 그래도 나는 우리 집사님이 경영하는 ‘이모네집’이 더 좋다. 마음이 편하다. 목회가 먹회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마음, 성도를 지극히 사랑하는 목회자의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3년 만에 다시 시작된 대심방 기간이다. 성도들이 대접하는 법을 잊지는 않았는지 궁금하다. 

정민량 목사

<대전성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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