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연구] 최고가의 히브리어 구약 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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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문 문화면에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뉴스가 실렸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히브리어 필사본 구약성경이 미국 경매시장에 나왔는데, 경매가가 무려 5천만 불 정도가 될 것이라는 뉴스였다. 이 책값은 역사상 최고의 책값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사순 사본’(Codex Sassoon)이라고 알려진 이 구약 사본은 900년대 초반에 필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구약 사본은 ‘알레포 사본’와 ‘레닌그라드 사본’와 함께 세계 3대 구약 사본으로 평가되는데, 이번에 경매시장에 나와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순 사본’은 20세기초까지 그 존재조차도 알려지지 않고 비밀에 싸여 있었다. 그러다가 192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고서 시장에 매물로 나와 비로소 이 사본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매물로 나온 이 사본을 사순(David Solomon Sassoon)이라는 유대인이 영국 돈 350파운드를 주고 샀다. 그 후로부터 이 사본은 ‘사순 사본’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사순 사본은 창세기 1장부터 10장까지 부분만 떨어져나가 없고, 나머지 구약성경 39권 전체가 놀랄 정도로 잘 보존되어있다.

‘사순 사본’의 소중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구약 사본에 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야기가 조금 빗나가지만, 미국 워싱턴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셰익스피어 도서관’이 있다. 셰익스피어에 관한 것이라면 그의 작품뿐만 아니라, 연구 서적, 논문 등 없는 것이 없다는 유명한 도서관이다. 그래서 셰익스피어를 연구하는 영문학자들은 한 번쯤 들러보는 곳이다. 그런데 그 유명한 셰익스피어 도서관에 정작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없다. 그것은 셰익스피어 작품의 원본이다. 셰익스피어가 손으로 쓴 육필 원고는 오늘날 남아있는 것이 전혀 없다. 불과 400년 전의 셰익스피어 작품의 원본이 남아있는 것이 없는 것이다. 하물며 2천 년 이상 오래전에 기록된 히브리어 구약성경 원본이 남아있을 리가 없다. 손으로 필사한 사본들만 남아있다.

히브리어 구약성경 사본 중에 가장 오래된 최고(最古)의 사본은 ‘사해 사본’(Dead Sea Scrolls)이다. 1947년 사해 근처의 동굴에서 우연히 발견되었고, 그 후 고고학 발굴팀의 본격적인 발굴과 수색 작업으로 엄청난 분량의 구약성경 사본과 고대 유대교 종교 문헌들을 찾아냈다. 사해 사본의 연대는 주전 200년대로부터 서기 100년 사이로 측정되었다. 그런데 사해 사본은 히브리어 자음으로만 기록되어 있다. 히브리어 문자는 원래 모음이 없고, 22개의 자음으로만 되어있는 ‘자음 문자’이다. 사해 사본이 자음으로만 기록되었다는 것을 한글로 표현하면 이렇게 된다. 창세기 1장 1절을 예로 들어본다.

ㅌㅊㅇ ㅎㄴㄴㅁㅇ ㅊㄴㅈㄹㄹ ㅊㅇㅈㅎㅅㄴㄹ

이렇게 써놓고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라고 읽는 것이다.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한가지 놀랄 일은 오늘날도 이스라엘에서 출간되는 책이나 신문 잡지 등 모든 인쇄물들은 모음 없이 자음으로만 쓰여져 있다는 사실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히브리어 자음으로만 쓰여진 신문이나 책들을 술술 읽는 것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스라엘에 유학하는 외국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모음 없이 자음으로만 쓰여진 히브리어 책을 읽는 것이다.

박준서 교수

<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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