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지성] 희망이냐 재앙이냐

Google+ LinkedIn Katalk +

1945년 광복후 한반도가 분단된 이후 남·북한은 각기 다른 두 체제의 길을 가게 되었다. 금년은 분단 78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간 두 체제의 길을 걸어 온 남북한의 상황을 냉정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근대 영국의 역사가 카(E. H. Carr)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며, 미래의 합목적(合目的)과의 대화이다”라고 하였다. 이것은 북한이 미래의 국가목적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의 중요성과 직결하여 생각할 수 있는 문구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 정권이 수립된 후 60~70년대만 하더라도 북한이 남한보다 경제가 앞섰다. 북한은 가장 살기 좋은 지상낙원처럼 선전했고, 조총련계 재일교포들이 1959년부터 1984년까지 총 186차례에 걸쳐 9만 3340명이 만경봉호를 타고 북한으로 넘어갔던 것도 그런 선전·선동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1950년 6·25전쟁을 일으켰으나, 백선엽 장군이 주도했던 경북 칠곡군 가산면 일대에서 벌어진 다부동전투와 맥아더 장군이 주도했던 인천상륙작전에서 결정적으로 패전하여 북한으로 후퇴할 때, 북한 체제를 선호했던 일부 남한 사람들이 북한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6·25전쟁 때 북한 체제를 선호하여 월북한 남한 사람들, 특히 서울대 인문 사회계 교수들을 비롯한 남한의 상당수 지식인들이 숙청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만경봉호를 타고 북한에 입국한 10여만 명의 조총련계 재일 교포들 중에서 북한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평 불만을 나타내는 재일교포들도 희생당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세계는 비행기나 기타 교통수단을 통해 갈 수 없는 나라가 거의 없다. 하지만 북한은 날이 갈수록 폐쇄사회가 되어 스파르타 체제와 같은 군국주의 국가가 되었다. 북한은 이념을 구실로 주민들을 억압하는 세습적 왕조국가와 같은 독재국가로 변질되었다.    

북한이 그처럼 피폐한 독재국가로 전락한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그 이유는 공산주의 이념을 채택했던 세계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념을 넘어 실리주의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언하면 고르바초프(M. Gorbachev)의 개혁 개방이나 뎡샤오핑(鄧小平)처럼 흑묘백묘론의 시각에서 자국민의 발전과 번영에 초점을 맞추어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정권이 먼저 북한 주민의 생명권과 행복권을 더욱 증진시켜 주는데 정책의 주안점을 두기보다는 국가재정의 상당 부분을 핵무기를 비롯한 국방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정권의 유일한 초점은 오직 체제 유지 공고화에 있기에, 북한은 계속 피폐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체제가 위협받을 최악의 경우에는 핵무기까지 사용하겠다는 것이 오늘의 북한의 실상이다. 그럴 경우 남·북한은 공멸의 위기에 처할 상황을 자초할 수도 있다. 만일 북한이 이성을 상실한 그런 어리석은 행동을 한다면, 북한 정권 자체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오늘날 북한에서 남한으로 탈북한 북한 이탈주민들이 3만 4천여 명에 이른다. 이들이 사랑하던 고향산천을 버리고 남한으로 오게 된 것도 생명권을 보장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미래가 보이지 않고 북한 정권에서 희망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희망을 먹고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다. 오늘 고생스러워도 내일 희망을 기대할 수 있으면 어렵고 힘들어도 참아낼 수 있다. 북한은 스스로 재앙을 자초하는 어리석음을 넘어 남북한 동포들과 세계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독재자들은 자신의 정권을 지키기 위해서 온갖 술수를 다 쓴다. 우리는 핵무기까지 동원하여 독재 권력을 지킬 조짐을 보이고 있는 무모한 재앙적 현실에 슬기롭고도 냉정하게 대처해야 할 뿐만 아니라, 독재자에게 국민주권의 희망을 빼앗겨서도 절대로 안 될 것이다. 

조인형 장로 

– 영세교회 원로

– 강원대 명예교수

– 4.18 민주의거기념사업회 회장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