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연구] 유대인들의 식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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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필자는 예루살렘에 있는 히브리대학교에서 1년 간 연구교수로 지낸 일이 있었다. 대학 측에서는 고맙게도 저렴한 가격으로 아파트를 제공해 주었다. 모든 것이 구비되어 생활하기에 불편이 없는 아파트였다. 그러나 막상 주방에는 취사도구나 식기류들이 하나도 없었다. 무슨 착오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해서 대학의 담당자를 찾아가서 상황을 설명했다. 그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필자를 아연실색케 했다. “교수님은 유대인이 아닌 이방인이니까 돼지고기를 먹을 것입니다. 대학에서 사용하는 식기에 돼지고기를 담으면 안 되니까, 식기는 교수님이 자비로 구입하여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유대인들에게 돼지고기는 절대로 먹지 않는 부정한 것이다. 먹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돼지고기를 조리하거나 담았던 식기까지도 부정하게 된다고 여기는 것이다. 돼지고기에 관한 한 유대인들은 그 정도로 철저하다.

또 다른 예를 들자. 이스라엘에 가서 스테이크 식사를 한 후, 밀크크림을 탄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기를 원한다거나 또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면 일찍이 포기해야 한다. 이스라엘에서는 육류 식사를 한 후, 유제품은 절대로 먹지 않는다. 그들의 식사법에 따르면 고기 음식과 우유(유제품)를 같이 먹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따라서 이스라엘에서는 치즈를 넣은 햄버거나 치즈에 고기를 얹은 피자도 먹을 수가 없다. 그 이유는 출애굽기 23:19과 신명기 14:21의 말씀에 근거한다. “너는 염소 새끼를 그 어미의 젖으로 삶지 말지니라.” 유대인들은 이 말씀을 육류음식과 우유(유제품)를 같이 먹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해왔고, 지금도 그렇게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육류음식을 먹은 후 얼마 동안을 기다려야 하나? 독일의 유대인들은 3시간, 동유럽의 유대인들은 6시간이 지나야 유제품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엄격한 율법주의이다.

육류음식과 유제품을 같이 먹어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그들을 담았던 그릇이나, 식사 때 사용하던 취사도구들까지 철저히 구분하고 혼용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대부분 유대인 가정에서는 주방에 육류용과 유제품용 주방 도구, 그릇들을 두 세트씩 마련해 놓고 섞이지 않게 한다. 심지어는 설거지할 때도, 육류용 식기와 유제품 식기가 섞이지 않도록 세심하게 구별해서 세척한다. 식기를 세척하는 싱크대를 아예 두 개 설치해놓은 가정들도 많이 있다.

 유대인 식사법에서 철저하게 금기로 되어있는 것은 피를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창세기를 보면 본래 하나님께서 마련해주신 식탁은 ‘채식주의 식탁’이었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내가 온 지면의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너희에게 주노니 너희의 먹을 거리가 되리라.” (창 1:29) 그러나 노아 홍수 이후, 하나님은 육식을 허락하셨다. “모든 산 동물은 너희의 먹을 것이 될지라.” (9:3) 이후부터 식탁에 육식이 올라오게 되었다. 그러나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고기를 그 생명 되는 피째 먹지 말 것이니라.” (9:4) 레위기에는 피를 먹는 자는 하나님의 백성 중에서 끊겠다고까지 말씀하셨다. (레 17:10-11) 그래서 유대인들은 짐승을 도축한 후 고기를 물에 담가 피를 뽑고, 소금을 뿌려 남은 피를 다 빼낸 후 조리해서 먹는다. 이스라엘에서 선짓국을 먹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박준서 교수

<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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