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에세이] 주여 이 죄인을 용서 하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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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충성, 다른 생각 하지 말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만 생각해서 모든 일을 처리하라, 그리고 겸손히 섬겨라, 특히 성도들을 이끌고 가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고 오로지 보살피고 섬겨라. 원로 장로님의 권면 말씀이다. 우리교회가 78주년 되는 해에 장로 4분을 세우고 안수집사, 권사 임직 예배를 드리는 중이다. 성도들에게도 임직 받는 분들은 하나님이 세우셨음을 잊지 말고 예의를 갖춰 대하고 협조하라는 권면이 이어진다. 

그래 모두 하나님의 뜻이 아니면 이루어질 일이 없는데 저 분들도 우리가 선출하고 교회가 골라 세웠지만 결국 최종 결정은 하나님이 하신 일 아니겠는가? 장로님들의 권위를 인정하고 존경한 적이 있는가? 양심껏 생각하니 그런 생각을 별로 해 보지 않고 그저 귀한 자리에 오르셔서 좋겠다고 여기며 지나온 것 같다.

장로, 안수 집사에 이어 권사의 임직 순서가 진행된다. 호명되어 앞으로 나가는 권사들이 젊고 발랄해 보여 우리도 저런 때가 있었나 싶다. 40대 이상이련만 모두다 꽃각시들이다. 한참 일할 때라는 생각과 동시에 저 좋은 때를 헛되이 흘려보낸 것 같아 갑자기 예수님께 미안해졌다. 이름만 받아놓고 한 일은 별로 없는 것 같아 머지않아 하늘나라 갔을 때 숙제검사 받을 일이 걱정된다.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실컷 놀다가 해거름이 되어서야 허둥대는 농부의 심정이라 할까. 다시 돌아 갈 수 없는 저 건강하고 힘 있을 때 왜 좀 더 열심히 섬기지 못했을까? 곰곰 생각해 보니 권사가 되고난 후 달라진 것은 주일성수를 잘 하려고 애썼다는 것 정도가 충성의 전부가 아닐까 싶다. 세상일이 먼저이고 그 후가 교회 일이었던 일상을 당연하게 생각할 정도로 무신경이었던 죄인, 거기서 더 나아가 세상의 자기 일에 충성하는 것도 주님께 충성하는 것과 같으니 열심히 해야 된다는 알량한 자기합리화 까지 한 몫 거들며 건방진 생각에 빠져 살았다.

그래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깨달을 때가 바로 그때라고 하지 않던가? 모르고 못했을 때의 잘못은 용서라도 받을지 모르지만 깨닫고도 실천하지 못하는 죄는 용서받기도 힘들테니 정신 차리고 잘해 보자는 것이다. 주여 이 죄인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오경자 권사

• 신일교회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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