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쉼터] 2023년을 마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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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도 평소와 같이 집 근처에 있는 공원에서 걷기를 하고 모처럼 벤치에 앉아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이때에는 젊은 사람은 보이지 않고 노인들만이 나름대로 걷기도 하고, 공원에 설치된 운동기구를 이용해 운동을 하거나 잡담들을 나누고 있었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러면서 분명히 내일도 비슷할 거라는 듯 평안하고 다정한 모습으로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적어도 여기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은 별로 찡그리지도 않고 평안한 모습들을 하고 있다. 그들을 바라보면서 내가 보낸 지난 1년이 순간적으로 뇌리에 스쳐 갔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가 느끼는 세월의 흐름은 정말 걷잡을 수 없게 빠르다고 여겨지니, ‘나이 70대에는 시속 70km로 가던 세월이 80대에는 시속 80km로 간다’고 하는 우스갯소리가 진리처럼 여겨진다. 그러면서 이제는 ‘2023년’도 다 지나갔으니 과거와 같이 지난 1년간을 회상하며 반성이라도   해야겠다고 여겨졌다. 그러면서 슬그머니 나도 모르게  찬송가 301장을 작은 목소리로 읊조리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 주님 다시 뵈올 날이 날로 다가와 무거운 짐 주께 맡겨 벗을 날도 멀잖네 나를 위해 예비하신 고향집에 돌아가 영원토록 살리라.’ 비록 남에게 내세울 자랑거리도 없고, 으스댈만한 업적이 없어도, 그래서 큰소리칠 형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과 없이 잘 지내왔음이 다행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크게 일을 벌이지 않고 조신하게 처신하였음이 다행스럽기만 했다. 덕분에 지난 한해를 돌아보아도 크게 부끄럽지 않은 생활을 했음은 매우 다행스럽다. 또한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았음은 무척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면서 남에게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한 기억이 없다고 자부할 수 있겠다. 아울러 남에게 불편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감히 자부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죽음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한다고 여긴다. 이는 나를 포함해서 학교 동창들의 부모님들은 거의 사망했음도 사실이다. 따라서 자연의 이치에 따라 이제는 우리의 순서가 온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다. 가을이나 겨울이 오면 한여름에 그렇게 무성했던 나무에는 낙엽이 지고 나무는 앙상하게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우리도 인생의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며, 나는 이를 ‘인생의 설거지’라고 표현하기를 즐긴다. 이는 이제는 우리가 살아왔던 이 세상을 정리하고 영원한 내세로 갈 준비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년을 마무리하면서 그동안 소원했던 사람에게 안부의 전화라도 한 통화 건네보든지, 신세를 진 사람에게는 조금 더 따뜻한 정을 보낸다는 것은 인간관계를 더욱 더 깊게 하는 방편이 된다. 즐거운 인간관계를 유지했던 친우에게는 ‘당신 때문에 금년을 평안하게 보냈다’는 덕담을 나누는 것은 우리의 인간관계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요소가 된다. 특히 소홀했던 가족간의 안부를 확인하고 각별한 사랑을 전하는 태도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일상에서의 습관이라 말할 수 있겠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매년 이맘때면 ‘아기예수’의 탄생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리고 전 교회가 합동해서 ‘성탄절 행사’를 거룩하게 치르기 위해 온갖 정성을 바친다. 그러면 우리는 비록 몸은 피곤해도 말할 수 없는 기쁨과 은혜속에서 매일매일을 보내면서 “아! 이젠 정말 금년이 지나가는구나” 하면서 현실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우리는 다시 오지 않을 2023년을 마감한다.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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