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지혜] 면류관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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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류관(冕旒冠)은 오랫동안 사용해 왔던 교회의 용어이고 성경의 단어이다. 그런데 이 단어가 개역개정판에는 그냥 ‘관’으로 번역되어 있다. 계시록 2장 10절의 “네가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관을 네게 주리라”는 말씀은 아무리 읽어도 이상하고 어색하다. ‘생명의 관’보다는 ‘생명의 면류관’(the crown of life)이 더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정서가 아닐까? ‘관’하면 땅속에 들어가는 관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관’앞에는 무슨 첨가어가 붙어야 의미를 연상하는데 자연스럽다. 왕관이니 금관이니 면류관 따위가 그것이다. 이제 개역개정판이 보편화된다면 성경에서는 거의 면류관이라는 말을 찾기가 어려워진다. 면류관의 사전적 의미는 면복에 쓰던 관으로 관에 늘어뜨린 유(旒)는 관 귀퉁이에 늘어뜨린 주옥을 꿴 술을 의미한다. 그러나 면류관을 사전적인 정의만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우리 기독교인의 머리 속에서 의미 전환된 단어로 받아들이고 용법을 정해야 할 것이다.

이미 우리 기독교인들의 의식 속에는 머리에 쓰는 관은 그 종류를 막론하고 면류관으로 인식되어 있다. 생명의 면류관뿐만 아니라 가시면류관, 고난의 면류관, 의의 면류관, 썩지 않을 면류관, 영광의 면류관 등 그 용법이 다양하다. 또한 이 면류관이라는 단어는 기독교가 오랫동안 사용하다 보니 이제는 기독교의 전유물처럼 되어 버렸고 이 기독교의 단어가 세상에서도 통용되고 있다. 그리고 새로 나온 21세기 찬송가의 가사에는 여전히 면류관이 보편적 용어로 사용되어지고 있는데 개역개편 성경에는 대부분 ‘관’으로 바뀌어 있는 불균형도 문제이다. 

이제 성경에서 거의 사라질 위기에 있는 면류관을 다시 찾아 원상복귀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면류관이란 단어의 본래의 의미가 무엇이었는가를 너무 깊이 생각하고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오늘날 면류관이라는 말이 주는 뉘앙스가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기독교의 거의 모든 용어가 본래의 뜻에서 의미전환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이라는 용어부터 시작하여 천당, 지옥, 기도, 축도, 제단, 제물 등의 용어들이 그렇고, 희망, 축복, 찬양 등의 말들이 모두 어원을 따져 들어가서는 안 될 말들이다. 입에 붙은 “생명의 면류관을 주리라”는 말씀을 그대로 듣고 싶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한국찬송가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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