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목회, 나의 일생] 절대로 교회 개척이 안 되는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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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망교회 산실은 은평구 신사동에 있는 피노키오 유치원이었다. 서울 어느 교회 최덕식 장로님이 임시 기도처로 빌려준 이곳에서 우리는 6개월여 간 기도회로 모였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한소망교회가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잘 세워질 수 있게 도와주세요.”

어렵사리 은행 문이 열려 돈을 몇천만 원 빌릴 수 있었다. 당시 농촌 마을 고양시 능곡 빈 들에 세워진 근린 상가 시설 지하실 한 켠을 예배당으로 계약하게 되었다. 당시 그곳에서 지하실 40평 한 켠을 예배당으로 계약한 건 정말 하나님의 은혜요, 기적이었다. 일산 땅은 신도시가 세워지기 위해 허허벌판으로 정리 정돈이 되고 있었다. 모든 주민, 상가, 교회들이 신도시 밖으로 밀려 나와 공간 차지 전쟁을 치르고 있을 때였다. 어지간한 건물엔 작은 예배당 간판이 서너개씩 붙어 있었다. 

주변 교회들을 찾아다니며 선배(?) 목사님들께 인사를 드리고 목사님들 식사 자리가 마련되었다. 나는 그날 감자탕집에서 나누었던 얘기를 평생 잊을 수가 없다. 목사님들이 위로차 내게 주신 말씀인즉, 지금 이곳 능곡 땅에는 절대로 절대로 개척 교회가 될 수 없다는 개척 불가 철학이었다. 개척 불가 철학엔 정확한 논리와 이유들이 있었다. 

첫째, 조그마한 마을에 교회가 너무 많아 개척이 안 된다. 

둘째, 100년 된 교회들이 있을 만큼 이미 큰 교회들이 너무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으니, 개척이 안 된다. 

셋째, 주민들이 곧 신도시가 세워지면 이사들을 해야 하니 등록을 하지 않는다. 예배엔 오지만 마음을 주지 않으니 개척 교회가 될 수가 없다. 

넷째, 자신의 교회가 가까이에 없는 사람은 너도나도 떠돌이 교인들이니 개척 교회가 설 수 없다. 

그분들은 모두가 개척 불가에 확실한 신념과 논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날 밤 나는 개척될 수밖에 없는 네 가지 철학을 만들어 내 책상머리에 크게 써 붙였다. 

1. 교회가 많으면 부흥의 때가 온다. 우리는 전무후무한 부흥의 계절이 오게 할 것이다. 

2. 100년 된 교회가 즐비하다면 새바람을 일으키는 신흥 교회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우리는 반드시 이 땅에 새바람을 일으키는 교회가 될 것이다. 

3. 교인들이 마음을 안 주면 내가 진심을 준다. 내 심장을 쪼개면 얼마나 아름다운 교회에 대한 비전과 그림이 있는지 내 심장을 보여줄 것이다. 

4. 옳거니! 떠돌이 교인들, 한 번은 우리 교회에도 오겠구나! 한 번만 와봐라! 내가 진돗개처럼 물고 놓지 않으리라! 

나는 절대로 개척교회가 안 되는 이곳에서 절대로 개척될 수밖에 없는 논리와 철학을 만들었다. 아니 이미 내 안엔 긍정의 철학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니 하나님께서 내게 믿음의 은사, 긍정의 은사를 부어주셨다. 

맨손, 맨몸, 맨땅 3맨 – 교인 한 명 없이, 돈 한 푼 없이, 예배드릴 공간 한 평 없이 세워진 교회가 30년 만에 초대형교회가 되었다. 개척교회를 하고자 하는 목사와 교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건물도 재정도 많은 개척멤버도 아니다. 부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 그 가운데서도 믿음의 은사가 가장 필요하다. 교회가 잘될 수밖에 없는 논리와 철학 말이다. 

류영모 목사

<한소망교회•제 106회 총회장•제 5회 한교총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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